엘리베이터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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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08:12
나는 부산 금정구 서동 안동네에 살았다. 안동네란 지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동네는 당시 그 지역 유지가 살던 동네로서, 찻길과는 멀리 떨어져 산 바로 밑에 아늑하게 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그런 이름이 지어진 것 같다.
내 어릴 때만 해도 그 동네 주변에 제법 논밭이 많았는데, 내가 커가는 것보다 더 빨리 동네가 발전하여 대부분 단독주택지로 바뀌었다. 내가 살던 집도 큰 주인집에 7~8가구가 월세를 사는 다가구주택이었고, 집 주변에는 미로 같은 골목길이 있었다.
당시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대부분 학교 끝나면 거의 공부를 안 했는데, 아이들은 학교 다녀오면 책가방을 집에 던져놓고 산이나 들로 놀러 가고, 아니면 골목길에서 자치기나 다방구, 오징어 짬뽕, 딱지치기 등을 하면서 놀았다.
골목길에 아이들이 많게는 10여 명이 뛰어놀면 온 동네가 시끄러운데, 그럴 때면 동네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서 긴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나와 훌치며 조용히 하라고 뭐라 하신다. 그러면 우리는 잠시 도망갔다가 다시 와서 또 시끄럽게 뛰어들 논다.
지금 생각해보면,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무슨 힘이 있었을까마는, 우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도망가기 바빴다. 요즘은 성인 남자도 애들의 잘못을 함부로 나무라기 어려운데 그 시절엔 그랬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다. 엘리베이터는 그래서 움직일 때마다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