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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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천사]

세상의 모든 죄와 악, 고통과 번뇌를 다 안고 살신성인하는 사람을 위대한 성인이라 부른다. 그들은 세상에 내놓을 진리를 터득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온갖 고초를 겪으며 수양을 하곤 한다.

인도의 고승들은, 몇십 년을 동굴에서 식음을 전폐하면서 극한의 온도에 몸을 노출시키거나, 고통이 수반되는 특이한 자세를 이용한 고행을 통해 감각적 욕망을 단절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고자 했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집에서 소파에 기대 텔레비전을 보다 문득 빨래를 너는 집사람을 보니, 세탁기 사용법을 몰라서 세탁을 못 한다는 이런 게으름뱅이와 가정을 꾸리느라, 집사람이 어쩌면 그런 고승의 수양과도 같은 인내를 해 오지 않았을까 반성이 된다.

지금 집사람의 손에 잡혀 널리고 있는 저 수건은, 아무런 불평 없이 우리의 온갖 오물을 다 받아주다 자신의 몸을 더럽혀도, 동굴 같은 통에 갇혀 하늘이 빙빙 도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언제나 깨끗이 털고 나온다. 아무리 바꾸려 해도 잘 안 바뀌는 나의 습성은 어떤 통에 세탁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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