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수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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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수세심

[관수세심]

옛 성현들은 흐르는 물에 마음을 씻었다는데, 어리석은 나는 어떻게 하면 마음을 맑게 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마음의 평정이야 그저 바쁘게 살거나 운동을 하다 보면 다 잊고 평정을 찾는다지만, 마음은 어떻게 씻는 것일까?

사람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승진이나 권력욕, 명예욕, 재물욕에 빠져 사람이 점점 추해지는 것인지, 간간이 방송을 보다 보면 예전엔 그렇게 맑아 보이던 사람도 속물이 다 되어 이젠 초라하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기회조차 없는 나 같은 보통 사람은, 그럴 건덕지가 없음에도 소소한 욕심에 스스로 초라해지고, 거기다 아집과 독선은 내 몸과 마음 곳곳을 막아 내 주변 사람들이나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통마저 힘들게 만든다.

내 몇 해 전, 뒷산 시냇가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가, 물소리에 깜박 든 낮잠에 심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며 옛 성현들의 관수세심의 묘리를 생각해보니, 형형색색의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온 세상을 물처럼 흐르다 보면 세상에 걸러져 물처럼 맑아질 것 같기도 하다.     

저 시냇물이 산과 들을 흐르면서 모래와 늪, 온갖 물풀을 해치며 자신을 정화시키듯, 우리 인간의 욕심과 아집과 독선의 찌꺼기는, 결국 다양한 사람과 세상을 접하며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서 걸러져 없어진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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