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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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 05:41
이제 와 돌이켜보면, 우리 젊은 날은 무수히 많은 실수들과 어리석은 몸짓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많은 실수와 어리석은 행동, 잘못된 몸짓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기에,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는 몸짓 외에는, 전부 사랑한다.
명문대를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 덕분에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많은 인생 경험을 쌓았고, 꼬리가 되지 않은 덕에 실력에 비해 과분한 대접을 받으며 젊은 시절을 좌충우돌 멋지게 보냈다.
졸업 후엔 노동과 신문 배달을 한 덕분에 체력을 쌓았고, 끈기가 부족하여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기에 말단이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가정을 꾸렸고, 그다지 화려한 삶이 아니었기에 서민들의 삶이 녹아나는 대중적인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모든 어색하고 궁핍하고 어리석은 나의 몸짓들이 몸에 배어 나를 노련하고 현명하게 바꾸어 이제는 나무가 흔들리고 꽃잎이 날리는 것, 낙엽이 물들고 지는 이치를 어느 정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 모든 변화는 나를 노련하게 만들었지만 내 몸을 그 틀 안에 가두었고 나는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되었으니, 뜨거운 햇살이 해 질 녘 찬바람에 사그라지면 수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몸이 먼저 안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