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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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06:14
사람의 영혼은 어쩌면 영원히 성숙할 수 없을지 모른다. 내가 지천명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도 사소한 것에 집착하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내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다가도 눈물을 흘리기도 하니 말이다.
영혼이 성숙하다는 것의 의미가 물론 돌처럼 딱딱하게 아무것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이 좀 너그러워지고 부드러워지는 것이 성숙해지는 것일 텐데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도 멀었다.
나무는 초여름 열매를 맺어 폭염 속에서 열매를 키우면서 커지지만, 태풍 같은 강한 비바람과 뜨거운 햇빛에 익어 노랗게 빨갛게 열매가 성숙해지면, 지나던 길손이 따가든, 까마귀가 한입 물고 가든, 찬바람으로 땅바닥에 떨어지든 개의치 않는다.
물론 사람은 나무가 아니기에 열매처럼 물러터지면서 성숙해지더라도 가을에는 근원적인 고독에 영혼은 눈물을 흘린다. 가을밤 하늘의 달은 억겁의 세월 고독을 견뎌왔기에 울지 않지만 호수가 울면 어쩔 수 없이 울고 나무엔 이슬이 맺힌다.
인간이기에 걸어야 하는 끝없는 오솔길에 생을 다한 낙엽들이 쌓이면 세월에 말라버린 작은 가슴은 저 낙엽보다 더 퍼석하다. 가을엔, 누구나 떨어지는 낙엽에 가슴 철렁하고 밟히는 낙엽에 운다. 그래서 중년의 가을엔 꿈을 많이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