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겨든 사랑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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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1 06:32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내가 아직 옛사람을 잊지 못해 그리워하고 눈물을 흘린다면 우리 집사람에게 당장 쫓겨날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표현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사랑이 약해서거나 진실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은 대부분 다 그렇다. 육체적인 사랑이나 물질적인 사랑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도 세월 가면 다 잊혀지게 되어 있다.
그것은 망각이 기억과 더불어 뇌의 효율적인 작동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는 나의 현실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영원한 사랑을 위한 나의 진부한 노래다.
젊은 날 이별을 하고 나면, 그 순정한 가슴에는 비가 오면 표면에 떠올라 찰랑거리는 작은 호수가 하나 생기고, 그 호수가 세월 가면 커다란 바다가 되어 외로울 때마다 파도 소리가 가슴을 울리고, 슬픈 날에는 그 사람 얼굴이 또렷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바닷물은 지구가 소멸하지 않는 한 마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