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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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자전거

[가을 자전거]

영화를 보면 남자가 자전거 뒤에 여자를 태우고 멋진 가을 길을 달리는 그림 같은 영상이 자주 나온다. 영화는 멋진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자를 뒤에 태우고 안전하고 여유 있게 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자전거를 별로 안 타봤고 잘 못 타기 때문인지 모르나 고등학교 졸업 후 해운대에서 소꿉친구를 만나 데이트를 하다 자전거를 태워주려고 자전거를 1대 빌려 그녀를 내 뒤에 태웠는데 너무 떨리는 것이었다.

여자를 태워서 떨렸다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혼자서 타다 난생처음 뒤에 사람을 태워보니 그 무게 때문에 핸들이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그날 영화처럼 타지 못하고 자전거를 하나 더 빌려서 각자 탔다.

요즘은 유원지 같은 데 가면 2인용 자전거가 있지만 그때는 없었다. 요즘은 웰빙 바람으로 사람들이 고가의 가벼운 고단 기어의 자전거를 많이 타지만 그들이 뒤에 사람을 태우고도 잘 달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을 태우고 타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믿고 함께 몸을 밀착한 상태에서 상대의 마음과 움직임을 느끼고 함께 움직여야 넘어지지 않고 잘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자전거는 약간 낡은 자전거라도 두근두근 누군가를 태우고 가다 황금 들녘에 세워두고 데이트를 즐겨도 한 폭의 멋진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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