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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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06:25
늦여름 어둠이 내려오는 어스름 저녁 그녀와 나는 큰집의 마루에 앉아서 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갑자기 마루 앞에 내려서더니 노래와 함께 춤을 추었다. 그녀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있었기에 그녀는 당시 유행하던 최신 유행가를 다 외우고 있었다.
내 소꿉친구 그녀와의 추억 중 한 장면인데 노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당시 최신 댄스음악을 열창하며 춤을 추던 그녀는 무척이나 예뻤다.
사실 그녀의 친정집은 그리 멀지 않은 같은 구에 있어 소식이라도 들을라치면 그리 어렵지 않을 뿐 아니라 조금만 더 알아보면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이젠 굳이 그러지 않는다. 아름다운 추억은 포장을 뜯는 순간 현실에 오염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추억이란 떠올리는 것만으로 현실을 잊게 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인데 나는 그녀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잃고 싶지 않다. 그녀는 내가 주인공이던 아름다운 동화 속의 들국화 같은 여주인공으로 영원히 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