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애상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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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9 06:19
내 첫사랑 그녀는 뒤늦게 나에게 가을을 알려준다. 계절이 뭔지도 모르는 놈에게 봄이 뭔지 꽃이 뭔지를 가르쳐 준 후 아무 말 없이 저 홀로 훌쩍 떠나갔으면서도 뒤늦게 가을이 뭔지 가을의 의미가 뭔지를 가슴으로 알려준다.
내가 감성적인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그녀와 걷던 그 골목길이나 철길, 백사장에 간 것도 아니고 가을이라고 단풍놀이를 간 것도 아닌데 그녀는 내 가슴을 울긋불긋 물들이며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가을의 의미를 알게 되고 나이가 들면 가슴은 당연히 싱숭생숭해져 불면증이 생기고 잠을 잘 못 드는 것인지 모른다. 당연한 노화현상을 앞에 없다고 죄 없는 사람에게 덮어씌운 것이다.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회상하지만 탄식을 내뱉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실 내 목젖은 오래전 편도선이 부어 절제했기에 이젠 붓지 않는다. 오늘도 나의 오십오 세 가을은 그날이 그리워 빨갛게 물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