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길목

홈 > 커뮤니티 > 시인의 편지
시인의 편지
 
시인이 쓰는 편지...예쁘게 꾸며 주세요.

겨울 길목

[겨울 길목]

열매가 풍요로운 가을의 상징이라면, 낙엽은 비워가는 가을의 상징이다. 가을은 낮 동안의 뜨거운 햇빛과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과 서리로 열매를 익힌 후, 그동안 자연으로부터 받은 보답으로 열매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열매가 다 떨어지면 그동안 자신을 아름답게 꾸며주던 나뭇잎들을 하나둘 떨구기 시작하는데 하나하나가 아픔이다. 한 잎 한 잎 다 떨어지면 나무의 앙상한 몸이 드러나고 겨울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다.

상실의 아픔에 차갑게 식어가는 새벽, 세상을 뒤덮은 수증기가 눈물 되어 나뭇잎을 적시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겨울의 칼바람에 가지마다 오돌토돌 하얗게 서리가 돋으면 한 닢 나뭇잎이 떨어진다.

몇 날을 그렇게 가을을 떨구어 내면서 나무는 아픔을 견디어 내지만 목질이 건조해지고 앙상하게 말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근 어머니가 수척해 보이시는 것은 물들자 갓 떨어져 간 큰 누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리라.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