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 사이에 숨다 / 이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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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 사이에 숨다 / 이선명

박미화 0 2131
跋文

[외딴마을 빈집에서......]


1.

  2년 2개월의 군 생활을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와 책을 통해서만 알던 수녀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교양과목 교수님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던 ' 세계 종교속의 시 감상 ' 지금도 기억하는 수녀님의 수업은 늘 새롭고 따뜻했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동요를 따라 율동을 하시던 수녀님, 일부 학생들의 놀라움과 달리 내겐 아름답고 또 사랑스럽기까지 했었다. 중간고사에 자작시를 내며 내내 기대했던 내게 개인적인 특별한 말씀보단 책을 추천해 주시고 수업 중간 중간 눈길을 주시며 말씀하셨던 충고들......

  군대를 제대하고 바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겉돌던 내게 수녀님은 잊고 지낸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선물해 주셨다. 수업 마지막 날 몇몇 홈피 주소를 소개하시며 인연의 끈을 이으셨던 수녀님, 그날의 인연으로 수녀님의 홈피에 작은 글방을 내고 글쓰기를 새로 시작하며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은 부끄러운 이름의 시인이 되어 있다.

  깊은 애정과 특별한 관심을 쏟으시진 않으셨지만 수녀님의 따뜻한 작은 관심이 꿈 많던 청년을 수녀님처럼 글을 쓰는 시인으로 살게 하셨다. 가끔 블로그에서 수녀님의 시를 보거나 신문에서 기사를 읽을 때면 늘 따뜻했던 수녀님의 수업을 생각한다.

  나도 작지만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주는 시인으로 살고 싶다. 아직은 갈 길이 멀고 험하지만 그 따뜻함만은 잊지 않고 꼭 담고 싶다.
 

 <외딴 마을 빈집>



외딴 마을 빈집에
소복소복 정이 쌓인다
문패도 없는 빈 집은
누군가 사는 듯 잡초도 없고
화단엔 꽃도 피어 향기롭다



얼굴도 없는 주인은
손님방을 깨끗이 정돈하고
차도 한잔 준비하며
방안 가득 온기를 채운다



주인도 없고 손님도 없는
외딴 마을 빈 집엔
온돌처럼 따뜻한 사람들이
소복 소복 마음을 쌓는다

 


* 외딴 마을 빈집은 수녀님의 홈페이지에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나의 작은 서재 이름이다.

 

2.

  서른 가지 고민을 안고 서른 가지 변명을 생각하며 이제 막 시작된 서른을 이야기 했다. 서른, 그 버거운 숫자는 그 크기만큼 나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이 시들을 통해 나는 다시 나를 돌아 볼 수 있었고 내 삶을 내 것인 양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어느 책에서 궁 목수는 일반 가정집은 짓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집을 통해 돈을 생각 하는 것이 장인의 마음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 또한 이 글이 누군가와 생각을 나누는 작은 소통의 통로가 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세상에는 여러 중독이 있다. 또한 시인에게도 중독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책을 펴내는 일인 것 같다. 물론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낯선 시선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나 스스로 방향을 잃는 것일지 모르지만 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내 나이 마흔에는 정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를 시험하는 서른의 모험, 그것이 나의 현재 글쓰기 혹은 책이다.

  책 펴내기에 중독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다시 절망하고 고민하고 한계에 봉착하고 손을 들어 항복하듯 고개 숙이다가도 언제나 자유를 갈망하듯 마치 타조의 꿈처럼 하늘을 바라보는 타는 갈증......

“ 다시 시작이다.
나는 나로 행복하였다.
어제는 없고 지금만 남아 있다.“

  끝에서 다시 시작을 이야기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내 부족한 생각들이 작은 시내를 이루고 강이 되어 흘러 종국에는 바다에 이르는 기쁨이 있기를 기도해 본다. 내 못남을 끝까지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며 늘 강건하기를 바래본다.



                                                                                                              09. 02. 11. ㅅ ㅁ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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