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 / 이선명
박미화
0
2315
2009.10.12 21:21
청어시인선57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
이선명 지음 | 136쪽 | 8,000원
ISBN:978-89-93563-49-8
발행일:2009년 9월30일
**자서(自書)
이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벌써 돌아와 있다고 대답한다.
너무 멀리 온 것 같다고 말했더니
처음부터 가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날이 더워 잠시 졸았던 것처럼
꿈이 깨고 나면 처음 그 자리라고
여행처럼 먼 길을 돌아온 내게
도착한 것이 아니라
이제 출발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것이지만 여전히 새롭고
새롭지만 늘 익숙했던
언제나 따뜻한 하나의 진실
때론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거짓의 다른 얼굴이 되기도 했지만
삶은 동그란 원을 그리듯
언제나 다시 돌아와 있다.
잠시 소망은 다른 것이 되었지만
사랑했고 방황했으며 또 따뜻했다.
09. 06. 19. ㄱ ㅁㅅ.
**목차
1.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
돌아오는 길 | 향이 깊은 만남 | 호우경보
사소한 떨림 | 하나의 입과 세 개의 주둥이
지금 내게로 | 해바라기와 민들레 | 젖은 가슴
노란 바보 꽃 | 서 있는 사람 옆에 | 인간
전원이 꺼져 있어 | (틈) 너와 나 사이
로또 복권방 예수님 |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
꽃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이쑤시개의 연대기
2009년 날아라 비행 가족 | 일요일 오후 3시의 설거지
봄 고래의 장례식 | 거꾸로 흐르는 눈물
일회용 면도기 | 좌변기
할 일 없는 선생님 | 어머니
2. 한낮에 꿈꾸는 사람들
어느 봄날 | 길 위에 평행선 | 달팽이의 마음
마지막이었던 사랑 | 사랑을 보내며
사랑의 진실 | 한낮에 꿈꾸는 사람들 | 사이
안아주리라 | 사랑에 대하여 | 빈집처럼
아이처럼 | 홀로 잠드는 밤
물과 물처럼 마음과 마음이 | 사랑으로 만든 집
해변과 아이 | 세월의 의미 | 마찰
첫눈 내리던 날 | 눈 내리는 창가에서
꿈꾸는 미소 | 사랑과 대화하다
모래성 | 피해자의 진술
3.사랑이 가르쳐 준 몇가지 교훈에 대해
가을편지 | 작은 바람 | 곰퉁이를 향한 노래
매일 편지 쓰는 남자 | 슬픈 미소 | 깊은 밤의 달그림자
사랑이 가르쳐 준 몇 가지 교훈에 대해
별 | 엽서 한 장 | 당신을 축복하며 | 아가
겨울맞이 | 세상이 아름다워 | 서른 살의 자서
바다에 사는 나무 | 사랑의 기도 | 날 닮은 너에게
마음으로 쓰는 사랑 | 키스 | 청혼
잠든 시인의 별 | 한 사람을 향한 기도
별은 항상 둘이 함께 뜬다 | 맘 벗 | 잊혀진 계절
4. 사랑에 관한 두 가지 생각
사랑에 관한 두 가지 생각 | 가을, 해드는 창가에
그대가 계신 곳이라면 | 포화 | 마음이 마음으로
소망하는 기도 | 천 년의 약속 | 소금꽃 아리랑
두 번째 별 | 화이트 크리스마스 | 사람이 없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 우울한 날의 그리움
動 Shift 움직이다 | 가을날의 감상
기다리는 벤치 | 도시의 봄 | 틀린 산수
봄이 오는 풍경 | 사랑주의자 1 | 사랑주의자 2
사랑주의자 3 | 사랑주의자 4
가을소풍처럼 귀뚜라미 울면 | 당신을 통해
<서평> 사랑주의자의 삶을 훔쳐보며 - 박미화·김혜영
**서평
사랑주의자의 삶을 훔쳐보며
- 이선명의 시 세계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
1
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갸웃도 한다. 시인은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시작들을 준비한 것 같다. 오랜 방황을 끝내고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그는 이 시들을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잠시 잊고 있었던 삶의 진실 된 흔적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것이지만 여전히 새롭고
새롭지만 늘 익숙했던
언제나 따뜻한 하나의 진실
때론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거짓의 다른 얼굴이 되기도 했지만
삶은 동그란 원을 그리듯
언제나 다시 돌아와 있었다.
- 「자서」 중에서
시인은 ‘사랑주의자’라는 말을 만들어낼 만큼 사랑에 많이 집착하고 있다. 그의 크리스천다운 이념에서 본다면 30년을 모태신앙으로 살아온 그에게
단지 사랑은 사랑 이상의 지향점을 의미하며 그것은 결국 예수이다. 시인은 예수주의자 즉,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세상과 고민하며 아직 견고하지 못한
젊음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사람을 사랑하되
말씀대로 사랑하게 하시고
의심하는 속삭임이 들릴지라도
잃은 양을 사랑하시는 주님처럼
절대 절대 포기하지 않게 하소서
시간이 오해를 덮듯
기도로 현실을 이기며
말씀이 영혼을 채울 때 까지
힘들면 울고 지치면 넘어질지라도
사람을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하게 하소서
하지만 시인은 여전히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 것이 판도라에 남은 단 하나의 희망처럼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또 시인은 변함없이 믿고 있다. 사랑이 사람을 말하는 것이며 사람이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그래서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쉼 없이 말하고 있다.
우리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아픔일 수 있다
사랑하는 만큼 고민해야 하고
아끼는 만큼 상처받아야 한다
우리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더 큰 외로움일 수 있다
사랑하는 만큼 그리워해야 하고
그리운 만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이 상처가 되고
사랑이 기다림이 될지라도
사랑은 시련을 통해 깊어져 가고
삶은 시련을 통해 아름다워진다
우리가 먼저 사랑하자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전문
아직도 전작들에서 이야기하던 울림은 미처 다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그의 독설과 고민이 묻어 우리를 버겁게 하는 시들도 몇몇 눈에 보인다.
그의 삶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은 그가 아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가 발전하고 있음을 또한 의미한다. 이제 시인은 자신에게 숨었던
삶에서 벗어나 보다 자신다워지는 아픈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 하다.
시간을 쓴다
지금을 기억하려
흘러가는 것을 붙든다
두 손에 담긴 시간
잠시 흐뭇하지만
흐르지 못한 것은 썩는다
변질 되고 악취가 나는 시간
시간을 지운다
흐르는 것을 다시 흐르게 한다
시간이 지나간다
흘러가던 시간은 다시 내게로 모이고
붙들지 않아도 나로 기억된다
- 「지금 내게로」 전문
2
시인의 사랑에서 나 잠시 소녀가 되어본다.
그가 건네준 꽃 한 송이에 함박웃음 지어본다.
그게 독인 줄 알면서도 덜컥 받아드는 걸 보면 나는 참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세상은 어쩌면 내게도 팝콘 나무를 선물할지 모른다.
송이송이 피어난 팝콘을 그와 함께 따 먹으며 걷는 길은 참 행복하겠지?
나무에 팝콘이 달렸다
하늘은 푸르름을 상영하고
바람이 따사로워 꿈을 꾼 것이다
(중략)
벚꽃을 팝콘이라 했다
너를 처음이라 했다
팝콘이 눈처럼 떨어져도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하나가 아닌 둘이라서 이별이라지?
이별이 되어도 좋으니 그와 함께 별을 헤아리며 내일을 약속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일거야 라고 생각해 본다.
둘이 헤어져 이별이라 했다
혼자 할 수 있으면 한 별 일 텐데
둘이 헤어져 두 별이라 했다
누구가의 슬픔이 걸려 있던 못자국
별은 그렇게 사랑의 흔적이라 했다
많은 별들은 그리하여 수많은 사연을 담고
오늘도 우리에 머리맡에서 빛나고 있었다
너와 내가 함께 사랑한 고운 마음이
밤을 잊은 슬픈 이들의 위로가 되어
별은 둘이 사랑한 흔적이라 했다
잊고 있던 지난 추억을 물고기 낚듯 하나씩 건져 올리면서 나는 지금 이 죽어가는 물고기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팔딱팔딱 뛰는 자신의 물고기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인에게 그리운 인사를 띄워본다.
희망과 꿈을 노래하는 그라고 해서 어찌 고민과 고뇌가 없겠는가만은…….
그러나 그는 말을 건낼 사이도 없이 황황히 자신의 길을 간다.
때론 밥투정을 하고 반찬 투정하는 그가, 오늘은 어딘가에서 그 누구를 그리며 편지를 쓰고 시를 노래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2009년 8월 9일 박미화·김혜영
**작가소개
이선명
1978년 7월 이 땅의 끝 해남에서 태어난 시인은, 10년 동안 살아오던 고향을 떠나 바다가 아름다운 해운대 장산에서 달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현재는 꿈을 먹고 살던 행복한 포항을 거쳐 경기도 의왕 모락산 자락에 숨어들어 살고 있다.
2008년 2월 <<한울문학>> 신인상으로 억지 등단을 했고, 필명 같은 본명 대신 낯선 이름으로 첫 시집 『사랑이 지난 자리에 그리움이 머물다』
와 두 번째 시집 『나와 나 사이에 숨다』를 출간했다.
현재는 심심하고 담담한 범인으로 살아가며 블로그 '사랑주의자'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출처] 청어시인선57 |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작성자 청어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
이선명 지음 | 136쪽 | 8,000원
ISBN:978-89-93563-49-8
발행일:2009년 9월30일
**자서(自書)
이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벌써 돌아와 있다고 대답한다.
너무 멀리 온 것 같다고 말했더니
처음부터 가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날이 더워 잠시 졸았던 것처럼
꿈이 깨고 나면 처음 그 자리라고
여행처럼 먼 길을 돌아온 내게
도착한 것이 아니라
이제 출발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것이지만 여전히 새롭고
새롭지만 늘 익숙했던
언제나 따뜻한 하나의 진실
때론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거짓의 다른 얼굴이 되기도 했지만
삶은 동그란 원을 그리듯
언제나 다시 돌아와 있다.
잠시 소망은 다른 것이 되었지만
사랑했고 방황했으며 또 따뜻했다.
09. 06. 19. ㄱ ㅁㅅ.
**목차
1.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
돌아오는 길 | 향이 깊은 만남 | 호우경보
사소한 떨림 | 하나의 입과 세 개의 주둥이
지금 내게로 | 해바라기와 민들레 | 젖은 가슴
노란 바보 꽃 | 서 있는 사람 옆에 | 인간
전원이 꺼져 있어 | (틈) 너와 나 사이
로또 복권방 예수님 |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
꽃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이쑤시개의 연대기
2009년 날아라 비행 가족 | 일요일 오후 3시의 설거지
봄 고래의 장례식 | 거꾸로 흐르는 눈물
일회용 면도기 | 좌변기
할 일 없는 선생님 | 어머니
2. 한낮에 꿈꾸는 사람들
어느 봄날 | 길 위에 평행선 | 달팽이의 마음
마지막이었던 사랑 | 사랑을 보내며
사랑의 진실 | 한낮에 꿈꾸는 사람들 | 사이
안아주리라 | 사랑에 대하여 | 빈집처럼
아이처럼 | 홀로 잠드는 밤
물과 물처럼 마음과 마음이 | 사랑으로 만든 집
해변과 아이 | 세월의 의미 | 마찰
첫눈 내리던 날 | 눈 내리는 창가에서
꿈꾸는 미소 | 사랑과 대화하다
모래성 | 피해자의 진술
3.사랑이 가르쳐 준 몇가지 교훈에 대해
가을편지 | 작은 바람 | 곰퉁이를 향한 노래
매일 편지 쓰는 남자 | 슬픈 미소 | 깊은 밤의 달그림자
사랑이 가르쳐 준 몇 가지 교훈에 대해
별 | 엽서 한 장 | 당신을 축복하며 | 아가
겨울맞이 | 세상이 아름다워 | 서른 살의 자서
바다에 사는 나무 | 사랑의 기도 | 날 닮은 너에게
마음으로 쓰는 사랑 | 키스 | 청혼
잠든 시인의 별 | 한 사람을 향한 기도
별은 항상 둘이 함께 뜬다 | 맘 벗 | 잊혀진 계절
4. 사랑에 관한 두 가지 생각
사랑에 관한 두 가지 생각 | 가을, 해드는 창가에
그대가 계신 곳이라면 | 포화 | 마음이 마음으로
소망하는 기도 | 천 년의 약속 | 소금꽃 아리랑
두 번째 별 | 화이트 크리스마스 | 사람이 없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 우울한 날의 그리움
動 Shift 움직이다 | 가을날의 감상
기다리는 벤치 | 도시의 봄 | 틀린 산수
봄이 오는 풍경 | 사랑주의자 1 | 사랑주의자 2
사랑주의자 3 | 사랑주의자 4
가을소풍처럼 귀뚜라미 울면 | 당신을 통해
<서평> 사랑주의자의 삶을 훔쳐보며 - 박미화·김혜영
**서평
사랑주의자의 삶을 훔쳐보며
- 이선명의 시 세계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
1
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갸웃도 한다. 시인은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시작들을 준비한 것 같다. 오랜 방황을 끝내고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그는 이 시들을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잠시 잊고 있었던 삶의 진실 된 흔적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것이지만 여전히 새롭고
새롭지만 늘 익숙했던
언제나 따뜻한 하나의 진실
때론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거짓의 다른 얼굴이 되기도 했지만
삶은 동그란 원을 그리듯
언제나 다시 돌아와 있었다.
- 「자서」 중에서
시인은 ‘사랑주의자’라는 말을 만들어낼 만큼 사랑에 많이 집착하고 있다. 그의 크리스천다운 이념에서 본다면 30년을 모태신앙으로 살아온 그에게
단지 사랑은 사랑 이상의 지향점을 의미하며 그것은 결국 예수이다. 시인은 예수주의자 즉,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세상과 고민하며 아직 견고하지 못한
젊음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사람을 사랑하되
말씀대로 사랑하게 하시고
의심하는 속삭임이 들릴지라도
잃은 양을 사랑하시는 주님처럼
절대 절대 포기하지 않게 하소서
시간이 오해를 덮듯
기도로 현실을 이기며
말씀이 영혼을 채울 때 까지
힘들면 울고 지치면 넘어질지라도
사람을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하게 하소서
하지만 시인은 여전히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 것이 판도라에 남은 단 하나의 희망처럼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또 시인은 변함없이 믿고 있다. 사랑이 사람을 말하는 것이며 사람이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그래서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쉼 없이 말하고 있다.
우리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아픔일 수 있다
사랑하는 만큼 고민해야 하고
아끼는 만큼 상처받아야 한다
우리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더 큰 외로움일 수 있다
사랑하는 만큼 그리워해야 하고
그리운 만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이 상처가 되고
사랑이 기다림이 될지라도
사랑은 시련을 통해 깊어져 가고
삶은 시련을 통해 아름다워진다
우리가 먼저 사랑하자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전문
아직도 전작들에서 이야기하던 울림은 미처 다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그의 독설과 고민이 묻어 우리를 버겁게 하는 시들도 몇몇 눈에 보인다.
그의 삶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은 그가 아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가 발전하고 있음을 또한 의미한다. 이제 시인은 자신에게 숨었던
삶에서 벗어나 보다 자신다워지는 아픈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 하다.
시간을 쓴다
지금을 기억하려
흘러가는 것을 붙든다
두 손에 담긴 시간
잠시 흐뭇하지만
흐르지 못한 것은 썩는다
변질 되고 악취가 나는 시간
시간을 지운다
흐르는 것을 다시 흐르게 한다
시간이 지나간다
흘러가던 시간은 다시 내게로 모이고
붙들지 않아도 나로 기억된다
- 「지금 내게로」 전문
2
시인의 사랑에서 나 잠시 소녀가 되어본다.
그가 건네준 꽃 한 송이에 함박웃음 지어본다.
그게 독인 줄 알면서도 덜컥 받아드는 걸 보면 나는 참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세상은 어쩌면 내게도 팝콘 나무를 선물할지 모른다.
송이송이 피어난 팝콘을 그와 함께 따 먹으며 걷는 길은 참 행복하겠지?
나무에 팝콘이 달렸다
하늘은 푸르름을 상영하고
바람이 따사로워 꿈을 꾼 것이다
(중략)
벚꽃을 팝콘이라 했다
너를 처음이라 했다
팝콘이 눈처럼 떨어져도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하나가 아닌 둘이라서 이별이라지?
이별이 되어도 좋으니 그와 함께 별을 헤아리며 내일을 약속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일거야 라고 생각해 본다.
둘이 헤어져 이별이라 했다
혼자 할 수 있으면 한 별 일 텐데
둘이 헤어져 두 별이라 했다
누구가의 슬픔이 걸려 있던 못자국
별은 그렇게 사랑의 흔적이라 했다
많은 별들은 그리하여 수많은 사연을 담고
오늘도 우리에 머리맡에서 빛나고 있었다
너와 내가 함께 사랑한 고운 마음이
밤을 잊은 슬픈 이들의 위로가 되어
별은 둘이 사랑한 흔적이라 했다
잊고 있던 지난 추억을 물고기 낚듯 하나씩 건져 올리면서 나는 지금 이 죽어가는 물고기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팔딱팔딱 뛰는 자신의 물고기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인에게 그리운 인사를 띄워본다.
희망과 꿈을 노래하는 그라고 해서 어찌 고민과 고뇌가 없겠는가만은…….
그러나 그는 말을 건낼 사이도 없이 황황히 자신의 길을 간다.
때론 밥투정을 하고 반찬 투정하는 그가, 오늘은 어딘가에서 그 누구를 그리며 편지를 쓰고 시를 노래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2009년 8월 9일 박미화·김혜영
**작가소개
이선명
1978년 7월 이 땅의 끝 해남에서 태어난 시인은, 10년 동안 살아오던 고향을 떠나 바다가 아름다운 해운대 장산에서 달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현재는 꿈을 먹고 살던 행복한 포항을 거쳐 경기도 의왕 모락산 자락에 숨어들어 살고 있다.
2008년 2월 <<한울문학>> 신인상으로 억지 등단을 했고, 필명 같은 본명 대신 낯선 이름으로 첫 시집 『사랑이 지난 자리에 그리움이 머물다』
와 두 번째 시집 『나와 나 사이에 숨다』를 출간했다.
현재는 심심하고 담담한 범인으로 살아가며 블로그 '사랑주의자'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출처] 청어시인선57 | 세 남자의 시와 풍력발전소|작성자 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