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의미를 묻다/김동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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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의미를 묻다/김동주 시인

김동주 0 6147
김동주 시인은 감각적 언어 사용은 물론 의태어와 의성어를 통한 음성 상징어에서 빛을 발한다. 시에서 대상에 대한 의미나 인상을 상징적인 음성으로 나타내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고차원적인 수법을 통해 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창조적인 작업을 해온 그의 시집이다. 의태어, 모음의 중첩, ㄴ, ㄹ, ㅁ, ㅇ, 등 유음, 비음의 사용으로 시의 음악적 효과를 한층 고양하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운율적 창조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 김동주
참좋은뉴스 창간 공모시 당선자로 현대시문학 1회 추천, 시인학교 추천을 받은 시인이다. 설중매문학상(공모) 시 부문 신인상 수상, 500만원 고료 글벗문학상(공모) 수상을 하였으며, 문학전문지(스토리문학, 문학세상, 글벗, 현대시문학) 등에 발표를 하였다. 1994년부터 명상수행 수련지도를 하고 있다

감각적 언어로 빚어낸 역동적 미학
-김동주 시집 <너에게 의미를 묻다> 을 읽고
워즈워드(W. Wordsworth)는 ‘시는 힘찬 감정이 자유롭게 분출된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조병화 시인의 경우도 평생 53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당신이 직접 생전에 억지로 시를 써본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자유롭게 인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시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가 읽기에 좋고 이해가 쉽다는 비평도 있으나 오히려 독자에게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쉬운 시가 좋은 시인 것이다.
김동주 시인과의 첫 만남은 계간 글벗과 도서출판 글벗이 주관하는 제1회 글벗문학상 심사에서였다. 그의 시를 읽은 느낌은 한마디로 오랜 습작을 통해서 시를 쓸 줄 아는 시인이란 생각이었다. 그의 이력에서 보는 것처럼 많은 문학상 심사에서 본선에 올랐고 여러 공모전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열정적인 창작열을 불사른 의미있는 도전이 아닌가 싶다.
김동주의 시집 <너에게 의미를 묻다>을 일독해 보았다. 열심히 시를 쓰는 열정적인 작가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선시에 가까운 명상을 담은 시도 있고 감각적이고 묘사적인 시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김동주 시인은 한마디로 평범하고 읽기에 쉬운 시보다는 비유와 상징성을 통한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묘사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시를 나타내는 영어는 Poem이다. 원래 Poesis라고 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그 뜻은 ‘making(만들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는 말로써 만들어진 것이라는 뜻이다.
언어는 표현에 있어서 사실상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일상적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한 어떤 상황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는 상상력을 통한 은유(metaphor)와 상징(symbol) 등 여러 수사법으로 특별한 언어를 통해 완전하지 못한 실재를 표현할 수 있다.
또한 김동주 시인은 자신의 속내를 열정적으로 시를 통해서 불사르고 있다. 브라이언트(W.C Bryant)는 시란 ‘그 시를 가장 강력하고 유쾌하게 자극하는 방법으로 사상의 심벌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김동주 시에서도 역시 강력하고 유쾌하게 자극하는 시어를 사용하고 있다.

휘파람 파장이 되여 날아가네. / 빗방울로 와서 / 물처럼 흘러 사라지는 / 그 사람 실핏줄에 닿아 신록의 음향 전송하고 싶네. / 눈 감아야 들을 수 있는 / 귀 막아야 볼 수 있는 / 그 사람과 생살을 교신하고 싶네 // 지금 창밖에 숨 가쁘게 달려오는 / 이 비, 그대 숨소리 / 그치기 전에
- <창밖의 여자> 전문

비가 내리는 날, 휘파람처럼 빗방울이 내려와 실핏줄에 닿아 신록의 음향을 전송하고, 생살로 교신하는 육감적인 창밖의 여자, 참으로 상징과 비유의 급물살을 탄 거침없는 창조적 언어가 아닐 수 없다. 비를 여성으로 표현하더니 풀을 역시 육감적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슴에 손을 대 본다 / 언제 쿵쿵 뛰는 심장의 핏줄 하나라도 꺼내 / 그녀처럼 되어본 적 있던가 // 손끝에 까맣게 묻어난 체액 코끝에 대 본다 / 풋풋한 살내음 급속히 번져 /
온몸이 후끈거린다 / 뾰족뾰족 나를 지탱하던 / 뼈, 흐물흐물 / 그녀 가슴속에 끈적히 눕는다 /
-<풀, 풀, 풀> 중에서

그의 시의 또 다른 특징은 풋풋한 풀내음을 살내음이라고 표현하듯이 온 몸이 후끈거릴 정도로 끈적끈적한 느낌이 든다. 감각적인 것을 벗어나 관능적인 느낌까지 든다.

납작한 풍선주둥이 / 가슴에 숨겨둔 / 뜨거운 바람 불어 넣습니다 / 뽀송뽀송, 비벼보고 / 통통, 튀겨보고 / 그러다 한눈팔면 눈물 젖은 울음소리로 / 손에서 멀리 달아나죠
- <관계> 중에서

가슴에 숨겨둔 뜨거운 바람이 무엇일까? 그것은 뽀송뽀송 만져보고 비벼보고 통통 튀겨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잘못하여 한 눈 팔면 눈물 젖은 울음이 되고 결국은 손에서 떠나버리는 것이다. 더욱이 4월의 벚꽃을 발정 난 불씨처럼 흩날린다고 말하고 있다. 그뿐인가

아직은 4월, / 지는 해에 활활 타오르는 벚꽃들 / 산 것과 죽은 것이 바람에 섞여 아롱거리네 / 나아갈수록 밀려나는 / 동학사 가는 길 / 발정 난 불씨처럼 흩날리네
- <동학사 가는 길> 중에서

눈 같지 않은 눈들의 눈물길 위로 / 온기 없는 라이트 눈빛들만 내 몸 핥고 떠나가죠 / 이별이야 그 까짓것 / 추억이야 그 까짓것 / 후후후 / 차갑게 웃는 바람이 / 내 몸 낭자하여 성에꽃 길을 만들어요 / 그 길을 타고 오르는 / 다 늙은 기억의 이파리를 황금빛 깃발이라고 / 후들후들 흔들어도 보지만 / 누구라도 좋아요 / 이젠 다 말라 화석의 전설이 된 옛 강 떠나 / 저 산 너머 / 도시로 간 “나룻배와 행인” / 카페의 로망스 음율 몇 방울 스며든 스트레이트 술잔으로 / 내 몸에 불지르세요 / 뜨거운 불 안개가 되고 싶거든요 / 행여 스쳐가는 나그네 가슴 쉬엄쉬엄 녹이라고 / 길 너머 환한 불꽃을 피울래요 / 지금은 너무나 춥거든요
- <겨울 가로수> 중에서

그의 시의 또 다른 특징은 묘사적이고 역동적인 글의 전개라는 것이다. 마치 그림을 그려나가듯이 감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손끝 마디마디 혈관을 타고 / 신열 하는 지느러미 흔들며 심장까지 다다르면 / 얼음 녹는 숨결이 / 내 가슴속 맥박에서 쿵쿵 울립니다. /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 못한 채 꾸욱 다문 입안 / 당신 향한 불덩이가 내 생살을 다 태워 / 하얀 백태로 / 발목까지 내려올 때 / 그 때는 입을 활짝 열고 / 열병의 흔적으로 / 당신 문밖에 서서 겨우내 파고드는 / 찬바람을 막으렵니다.
-<연탄난로> 중에서

시 <손톱>의 경우를 보자. 손톱을 물망초 화관이라고 표현하고 세월에 굳어간 벙어리 눈물 같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 젖멍울보다 아픈 속살의 결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동주 시인만이 지닌 개성적이고 참신하고 독창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그의 감각적인 언어 사용은 역동적이다.

불쑥 자라나 / 세상으로 곤두선 물망초 화관을 / 뚜욱 뚝, 잘라내고 있어 / 세월에 굳어간 벙어리 눈물 같은 걸 / 어머니 젖멍울보다 아픈 / 속살의 결석을 / 언제 그랬냐는 듯 / 옹골차게 / 할 말조차 줄칼에 갈아내지만 / 잘라낼수록 단단해지는 / 잘라낼수록 더욱 / 뿌리를 박는
- <손톱> 중에서

홍원항 선착장 방파제에 서서 목쉰 소라껍데기 수북이 쥐고 바다만 바라보다가 바다에 묻혀간 사람들, 시인의 감정은 어때했을까? 방파제에 머리를 박고 바다가 멍드는 그 아픔만큼이나 시리고 아팠을 것이다.

파도가 달려와 자꾸 방파제에 머리를 박는다 / 쾅쾅, 바다가 멍든다 / 남겨진 사람들 모두 나와 / 바다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 쿵쿵, 심장 치받는 소리 / 밤 되면 더욱 아프다 / 희미한 얼굴들 부를수록 멀어져 가 / 선착장에 목 쉰 소라껍데기 수북이 쥐고 / 바다만 바라보다가 / 바다에 묻혀가는 사람들 / 오늘도 홍원항에 / 줄지어 서서 비를 맞는다
- <테트라포트> 중에서

또한 김동주 시인은 감각적 언어 사용은 의태어와 의성어를 통한 음성 상징어에서 빛을 발한다. 그의 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감각적인 역동적인 시어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시인의 목소리가 강하게 다가온다.

척추가 꺾이며 / 날마다 커가던 너 / 무덤 속 쾅쾅 치며 혼자 울었겠다 / <중략> 쑥대잎들 일어나 하늘에 낫질 한다 / 베어질수록 / 콸콸 쏟아지는 / 싱싱한 햇살, 지친 너의 / 몸에 긴급 수혈한다
- <그리움> 중에서

뿌연 늦가을의 유리창을 / 닦아내는 / 맑은 눈의 그대, 발자국소리가 / 가슴에 쿵쿵 뛴다
- < 겨울비에게 보내는 편지1> 중에서

시에서 대상에 대한 의미나 인상을 상징적인 음성으로 나타내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고차원적인 수법이라 할 수 있다. 시는 미의 운율적 창조라는 E.A.Poe의 말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음성 상징어는 나름대로 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창조적인 작업임이 틀림없다.
그러면 김동주 사용한 음성상징어들을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웅웅, 펄펄, 쏠쏠, 뾰족뾰족, 흐물흐물, 뽀송뽀송, 통통, 두근두근, 쿵쿵, 활활, 우수수, 뚜욱 뚝, 써억써억, 불끈불끈, 푸드덕, 둥둥, 욱신욱신, 후들후들, 쉬엄쉬엄, 쾅쾅, 탁탁, 콸콸, 쿡쿡, 후두둑, 송글송글, 흠뻑흠뻑, 성큼성큼, 주룩주룩, 차곡차곡, 둥글둥글, 드문드문, 방울방울, 까르르, 서걱서걱, 주렁주렁, 쑥쑥, 뚝뚝, 물컹물컹, 덜컹덜컹, 엎치락뒤치락, 올록볼록, 오물오물, 꿀꺽꿀꺽, 바글바글, 쑥덕쑥덕, 우르르, 울컥울컥, 둥글반들, 엉엉, 훌훌, 부리부리, 후두둑, 꼬깃꼬깃, 터엉 텅, 총총총, 삐죽힐끔, 삐뚤빼뚤, 울컥물컹, 팡팡, 펑펑, 비릿비릿, 뽀그르르, 호호동동, 헐, 몽몽몽, 쿡쿡, 주르르, 구불구불, 차칵차칵.

더욱이 의태어, 모음의 중첩, ㄴ, ㄹ, ㅁ, ㅇ, 등 유음, 비음의 사용으로 시의 음악적 효과를 한층 고양하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운율적 창조능력을 엿볼 수 있다.
놀랍게도 음성 상징어를 동일하게 반복해서 사용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각기 시마다 음성상징어의 사용이 각기 다르게 사용하여 그 느낌을 배가 시키고 있다. 사실 의성어와 의태어는 잘못 사용하면 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인들이 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그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진부해지기 십상이다. 그 때문에 새롭게 창조해야 하고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김동주 시의 또 다른 특징은 연작시가 많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시가 <겨울비에게 보내는 편지>와 <금강하구둑>이다. 그의 시적 능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연작시 역시 역동적이고 향토적이다. 아울러 서사시의 면모를 갖춘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많다. 제1회 글벗문학상을 비롯하여 인지도가 있는 각종 문학공모에 입상할 정도로 그의 시적 능력은 범상치 않다.

하얀 눈알들 / 휙휙 허공을 뛰어내려요 / 바다가 살랑살랑 젖내나는 가슴으로 그들을 안아주지요 / 그러면 어린 / 강도 흉내 내어 바다로 뜀박질하죠 / 하구의 쉼터에 늘어선 길카페 / 커피향 가시지 않은 / 쓰레기통 종이컵에도 눈꽃이 피어나요 / 나도 슬며시 두 손으로 내 가슴을 열어봐요
- <금강하구둑 12> 중에서

우린 하구에 살아요 / 당신의 수십 전생부터 늘 / 향긋한 생生의 허물 벗으며 강뻘에 씨 뿌려요 / 가끔은 쌩쌩 강 너머 바다로 떠나는 / 인조인간들 / 쉬었다 가라고 / 당신을 지탱한 뼈다귀 몇 점 / 소금물에 흐물거리기 전, 한바탕 꽃 잔치 벌려보자고 / 일제히 손 흔들며 사타구니 벌려 암내 물씬 풍기죠 / 에라 짧은 인생들 / 붉은 피와 푸른 피 섞어 / 눈에서 본 죄 / 눈에서 온 죄 / 삶의 피곤한 다래끼 터뜨리세요 / 수문의 안개 입김에 밀려오는 살 냄새와 / 푸르게 쿵쿵 도정 되는 소리로 / 봇물처럼 알알이 쏟아지는 / 카타르시스를 / 만져보세요
- <금강하구둑 16> 중에서
때로는 은근하면서도 매섭게 인간들의 탐욕을 비판한다. 역시 감각적인 언어가 시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거기에다 때옴 해요체를 사용하여 친근감을 주는 명령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해요체는 상대를 높이는 어법이다. 같은 격식체라고 할 수 있는 합쇼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합쇼체를 쓸 경우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상당한 거리감이 생겨나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상대를 정중하게 대접하는 말투라고도 할 수 있다. 정서적으로 친밀한 상대에게는 거의 쓰이지 않는 어법이다. 이에 비해 해요체는 격식이 덜 느껴지고, 그만큼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친밀감이 짙은 어법이다. 예를 들어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하십시오.’가 적절하지만, 똑같은 경우에 인사를 한다면 ‘~하세요.’ 하는 쪽을 더 자연스럽게 느끼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김동주 시의 흥미로운 점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 합쇼체가 기본적인 높임법으로 선택되었다 해도, 모든 문장에서 합쇼체가 쓰이는 것이 아니라 해요체가 종종 사용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바람을 더 조심하세요 / 달콤한 키스, / 부드러운 살결에 온 신경 후끈 달아 / 밑동까지 휘청대면 / 상큼한 잎사귀와 여린 가지, / 매끈한 살결에 오랜 흉터 남긴 채 떠나죠 / 다정한 입술로 속삭여도 / 슬그머니 귀 닫고 /그대 안의 소리 들으세요
- <나무에게 말하다> 중에서

해요체의 이런 친근성 때문인지, 명령형이나 청유형을 써야 할 때 해요체를 가져와 대신하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청유형은 어디까지나 상대를 강제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해요체는 이렇게 자칫 정중하지 못하게 들릴 수 있는 소지를 어느 정도 덮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리라.
지금껏 김동주 시인의 감각적 언어로 빚어낸 표현의 역동성을 살펴보았다. 때로는 강렬하고 육감적인 언어를 만날 수 있었다. 연작시를 통해서 김동주 시인의 시적인 참신성과 실험정신도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창작활동은 열정적이라 할 수 있다. 때론 그의 열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금강이 흐르는 한밭에 대한 고향사랑 때문일까? 아무튼 며칠간 그의 시를 통해서 그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그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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