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화 시인, 여덜번째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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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화 시인, 여덜번째 시집 <소래갯벌공원> 출간

최일화 0 3294
시집 출간했습니다.
8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출간한 여덟번째 시집입니다.
시 5편과 목차를 소개하겠습니다.

외로움 외 4편

            최일화

바람처럼 가벼이 들길 걷다가
봄볕 속에 앉아 신록의 산야 바라보며
인생은 참 외로운 것을
어제의 추억 있고 내일의 희망 있어도
친구 있어 기별 오고 일상이 늘 바쁘더라도
사람 사는 일 참 외로운 것을
오늘도 온종일 네 생각
삶이 외로워 네가 그리운 걸까
네가 있어 이 봄날 외로운 걸까
바람처럼 허허롭게 들길 걷다가
풀밭에 앉아 호수의 물결 바라보며
꽃피는 계절도 이렇게 외로운 것을

 
폭설과 난민촌

밤새 폭설이 내린 다음 날 들녘으로 나가보았다
논과 밭이 구분 안 되는 폭설의 현장
바람은 관목의 숲에서 눈을 털어내고 있다
나무는 체온으로 몸통을 휘감은 눈을 밀어내고
논두렁 밭두렁 양지에선 햇살이 눈을 녹이고 있다
뽕잎을 먹어치우는 누에처럼 사각사각 연실 눈을 먹어 치우고 있다
복구가 끝난 저쪽
햇빛에 환하게 빛나는 난민촌
사방에서 몰려온 참새, 멧새, 멧비둘기 어우러져
옹기종기 배급받은 식량을 나누고 있다
폭설에 잠긴 마을
저만치 정적 속에 묻혀 있을 때
멀리서 달려온 햇살과 바람 온종일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바람이 빗자루로 눈을 쓸어내리면
햇빛은 걸레로 구석구석 닦아내고 있다
들판은 서서히 평화를 되찾아 간다
폭설이 내린 먼 산골엔 지금쯤
바람과 햇빛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산토끼의 난민촌, 너구리의 난민촌 만들고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

초저녁 별 하나 떴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봄은 멀고 온 종일 바람 분다는 소리는 사랑한다는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함께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제비꽃 어서 피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어서 그대를 보고 싶다는 말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땅거미 내리고 별 돋아날 때
너랑 나랑 그냥 동무하고 싶다는 것이다
양지쪽에 참새들 옹기종기 놀고 갯고랑에 오리들 삼삼오오 헤엄치듯
그렇게 너와 함께 세상 풍경 되고 싶다는 것이다

해바라기

저 멀리 꽃 같은 시절에
호롱불 앞에서 썼다가는 지우고 다시 썼다가는 지우던
그 첫사랑 애틋한 마음과 같이
네게로 네게로만 달려가
황홀히 꽃 한 송이 피워내고야 말 이 애달고도 간절한 비원은
나를 위해 예비한 조물주의 귀한 선물이거니
아! 다정한 동무여
끝내 염원은 염천 하늘에 뜨겁게 달아 피다가
어느 가을날 서느러니 부는 바람에
빈 들녘 홀로 서서 삭풍에 흔들리며 우는 날 온다손 치더라도
오늘은 내 목숨 뙤약볕 열기 속 뜨겁기만 하나니
내 마음 이제 나도 어쩌지 못하니라
저 빛나는 태양 아래 만물 너울너울 생명의 찬가 다투어 부르듯이
다만 너를 향해 커다란 꽃등인양 나의 마음 받쳐 들고
긴 여름 뜨거운 들녘 온종일 나는 이렇듯 정념에 불타 있노라

그는 은퇴하면 시인이 될 것이다

반백이 되도록 시인이 되지 못한 그가
은퇴하면 꼭 시인이 되리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가 시인이 되지 못한 것은
밥 먹을 궁리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은퇴를 하면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던 시인을 초대하여
그와 함께 산책도 하고
생선을 구워놓고 소주도 한잔씩 따라 마시며
꼭 시인이 되어서
젊었을 적 꿈 하나를 이루리라고 그는 다짐하고 있다
백발이 휘날리면 시인은 더 빛이 나는 것이다
옛날에는 안에 있는 시인이 늦잠을 자자 하면
그는 안 돼, 안 돼, 출근해야 돼 하고
뿌리치고 일어나 바쁘게 출근을 했다
은퇴를 하고 나면
안에 있는 시인이
오늘은 나하고 섬으로 바다구경이나 가자 하면
그래, 그래, 좋은 생각이지 하고 따라 나설 것이다
빨리 시인이 되어야 할텐데
은퇴는 멀고 안에 있는 시인은 자꾸 꾀어내고

시집 : <소래갯벌공원>

초판인쇄 : 2011년 6월 30일
지은이 : 최일화
쪽수 : 248쪽
펴낸곳 : 한국학술정보(주) 이담북스
값 : 14,000원

1949년 경기도 안성 출생
1962년 공도초등학교 졸업
1965년 평택중학교 졸업
1968년 평택고등학교 졸업
1969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입학, 중퇴
1971년 명지대학교 외국어교육과 입학, 졸업
1973년 육군 제1하사관학교 졸업, 육군하사로 예편
1988년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과 졸업
1995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3학년 편입, 졸업
1979년 선인고등학교 교사
1981년 송산종합고등학교 교사
1982년 인천운산기계공업고등학교(현 도화기계공업고등학교) 교사
1995년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교사
1999년 학익여자고등학교 교사
2004년 선인고등학교 교사
2011년 현재 인천남동고등학교 영어교사 재직
2011년 8월 정년퇴직 예정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한국교육신문 인터넷판 리포터로 활동
1985년 한글날 기념 KBS TV 백일장 시 ‘가을’ 입선
1986년 한국작가회의 회원 가입
1988년 한국문인협회 인천광역시 지회 회원 가입
1985년 첫 시집 <우리 사랑이 成熟하는 날까지> (민정문화사)
1988년 시집 <사랑 하나 고뇌도 하나> (도서출판 日善)
1990년 시집 <사랑스러운 너의 어머니가 너의 사랑스러움을 믿듯이> (도서출판 靑鶴)
1991년 종합문예지 <文學世界> 3월호에 시 ‘겨울 배추밭에서’ 외 3편으로 신인상 수상(申瞳集시인 추천)
1992년 시집 <내 너를 위로하리라> (성 황석두루가서원)
1993년 시집 <꽃과 하늘 그리고 사랑> (도서출판 고글)
1998년 시집 <어머니> (도서출판 영하)
2005년 에세이집 <태양의 계절> ((주)에세이퍼블리싱)
2008년 시집 <해질녘>( (주)에세이퍼블리싱)
2009년 에세이집 <봄은 비바람과 함께 흙먼지 날리며 온다> ((주)에세이퍼블리싱)

목차1부 뙤약볕

뙤약볕
입춘
신록에 세탁하다
거미
너는 봄이다
씨앗주머니
고향집 아랫목
나의 풍경
해바라기
잠자리 1
잠자리 2
잠자리 3
사랑한다는 말
구두
유언

폭설과 난민촌
가을은 길다
새 기르기
가을바람
짧은 봄
꽃씨처럼
그는 은퇴하면 시인이 될 것이다
샛길
하필
허공
일몰
세월
세월이 날 무등 태워
세월이 흐른 뒤
 
2부 내가 보고 있으나 마나

내가 보고 있으나 마나
다시 촌놈
추억이 될 뻔했던 아내
앵무새
작별의 기술
벌초
교사의 빛깔
그림의 떡
시 날아가다
시인과 맹수
시인에게
동갑내기
자전거 도둑
그림자
편지

추석 다음날
청문회
비극
아버님 전 상서
미지수
아버지와 나는 다르다
아버지
탈출
유기견
가자는 대로
아내
쫑알쫑알 쭝얼쭝얼

3부 황토길 (제 1, 제 2, 제 3시집에서 발췌)

양초를 찾다가
넋두리
세모
탄생
나의 시
아이들의 봄 마중
꽃나무
나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황토길
고향
실연기
예감
할아버지 추억
맞선
어린 새의 영혼을 위하여
나무
주봉이
무관심
논두렁길
어머니
손녀딸
할머니 행상
용돈을 넉넉히 드릴 수 있다면
동행
시인과 건달
먼 옛날
미련
옛날이야기
너의 어머니가 너의 사랑스러움을 믿듯이
 
4부 겨울 배추밭에서 (제4, 제 5시집에서 발췌)

겨울 배추밭에서
할머니의 팔매질
아내의 입원
옛생각
생일에
고향
마을
가을 나들이
시를 버리지도 못하고
사랑의 꽃은 어디에서도 피어난다
스물셋 무렵
주신 목숨 살다가
복덕방
소나기
상실
추석 무렵의 햇살
나무들
인천사람
팔월의 왕자
세상에는 즐거운 일들도 많고
70대의 시인들
세상을 살되
비상
꽃처럼 별처럼
아름다운 세상
시를 읽다가
낙천주의자
상념

후반전
불혹
봄이 내게로 와
비무장지대
 
5부 엄마 품 (제6, 제 7시집에서 발췌)

엄마 품
서시
그는 시인이 될 것이다
자화상
여드레 달
보름달을 보며
승우가 자라면
제비에게
봉숭아꽃씨
먼 길
봄날에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향을 피우며
이제 잊어야겠다
외로움
그런 날
논두렁 밭두렁
저녁노을
모색
뜸부기는 있다
제비꽃 연가
제비꽃
토요일
오후
백로
촌놈
그해 봄
별의 말

마지막 편지
들녘은 꽃씨를 받아
항구도시의 봄
우리 엄마 작은 무덤
항구도시
고향생각
해질녘
어떤 신문기사
미꾸라지를 보다
제비 마중
제비 배웅
들길
배필
팔십삼 세 어머니
너 거기 해빛으로 있어라
두 별
오래된 편지
눈 내리는 날
육신
승천
 

출판사 서평

최일화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다. 시인이 그동안 써왔던 작품을 총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류에 눈 돌리지 않고 삶을 성찰한다는 일념으로 글을 써 온 모습을 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최일화 시인의 시는 해설이 따로 필요 없다. 어린 아이들도 읽으면 쉬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순수하기 때문이다. 난해하지 않고도 감동적인 시를 쓰는 것이 그가 말하는 자신의 과업이다. 정년을 맞이하며 이 시집을 출간한 그는 30년이 넘는 교직생활이 끝나 생활이 자유로워지면 시작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집은 인천 남동구청의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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