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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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시집 출간)

자작나무숲 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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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평 ]


 


자유로운 영혼으로 그린 求道의 美學


 


                                                          강 희 창


                                                          ( 시 인 )


 


1. 김낙필 시인과 함께


 


아마도 새천년에 들뜨던 십수년 전의 일일게다. 등산복 차림에 화구통을 지고 동검도를 다녀오는 그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운명처럼 처음 만난 것은, 이미 등단한 이경란, 유미란 시인등이 함께였다.「하늘과 사랑과 시」라는 순수 아마추어 시클럽 모임에서였을 것이다. 김낙필 시인은 화가다. 미학을 전공하고 개인전도 여러번 치른 중견화가다. 아니 그 이전에 시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모임이나 사이버공간에서는 ‘자작나무숲’으로 불려지고 있었으며 삼년여에 걸쳐 롯데월드 시화전을 개최하는가하면 현재의 한국문학작가연합을 열어 지금까지 같이한 시문학 이력이 꽤나 깊었으니 그만한 귀한 만남도 없으리라 싶다. 


시인은 근본적으로 그림과 시를 같이 보고 있다. 하여 캔버스에 시를 스케치하듯 그리고 감성의 물감으로 하나씩 채색해 나가는 것이다. 시 제목만 보고도 그의 미적 감각을 읽어낼 수 있는데 경구나 금언 같아서 읽는 이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력이 있는 듯도 하다.밤잠 미뤄가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몸부림 이야말로 생활수행 속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갈망하며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리라


“일상 한켠에서 한 줄기 햇살처럼 경이롭게 탄생하는 시어들에 행복하다”는 시인의 변에서 알 수 있다. 김낙필 시인은 이것이 첫 개인시집임에도 불구하고 등단 이전부터 써온 시작품 수백여 편이 이미 인터넷을 통해 발표하여 나름의 독자층을 갖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2. 김낙필 시인의 시 


현대시의 주제는 대체로 우리 인간의 삶과 상관성을 갖게 된다.존재의 이유에서부터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우주에서 생성되는 모든 사물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가장 근접하면서도 심도 있게 고뇌하지 않으면 안되는 보편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삶의 형태나 삶의 형식을 통해서 획득한 사유思惟는 시인의 상상력에 크게 작용하여 시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인은 왜 이 첨단과학시대에 이방인과도 같이 구도의 길을 찾아나서는 걸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세상이 인간적, 자연적 도리에 크게 어긋낫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인들은 시를 쓰는 일에도 구도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구도자들의 특성은 현실의 속된 메커니즘에 경종을 울리면서 진정성을 추구해나가는 것이다 


김낙필 시인은 부러우리 만치 만행처럼 여행을 자주 떠난다. 이젤이나 화구통 배낭 하나 짊어지고 어디로든 훌쩍 나서는 모습에서 그가 이순을 넘긴 나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모든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귀향이다. 귀향은 결국 나에게로 귀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심장에 꽃을 피울수 있을까...


폐선처럼 녹슨 손끝으로 멀게 노래가 들려온다


용서될 수 없는 生을


참 멀게도 돌아온게다......


 


- 「 귀 로 」부분


 


바람같이 방랑의 길을 떠났다가도 고난과 생채기를 잘 아물리고 돌아온 나를 토닥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구도의 길은 계속된다.


 


저 만리길도 더 넘어 히말라야 고산 중턱에 염소가 살고


수만길을 돌아 티벳 넘어 오지 마을에 돌깨는 어린 소녀도 살고


...........( 중 략 )...........


없고 부족한 곳에는 희망이 사는데


넘치는 곳에는 희망이 말라가는게 슬프다


...........( 중 략 )...........


그들은


소금과 바꾼 신발 한켤레를 가슴에 품고


세상을 얻은 듯 활짝 웃는다


흙탕물 한 바가지에 목숨을 걸고...


신이 버린 그 바람의 길을


기꺼이 돌고돌며 살아간다


 


- 「 바람의 길 」부분


 


따옴시에서 우리에겐 하찮은 소금이나 신발 한 켤레가 오지의 그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행복이 되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다. 이 풍요로운 시대에도 없이 사는 이들에게 희망의 끈을 내어주며 스스로 오지인이 되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시인은 예언가나 지도자가 아니다 다만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이웃이거나 친구일 뿐이다. 작은 아품을 음미하며 (「상처가 아프다」 ), 온 힘을 발 끝에 모아도 뿌리는 여전히 위태롭다 (「그 사람이 운다」 )등에서 처럼 진실됨과 절박함으로 길에게 길을 물어가며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무릇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시를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세상을 향한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눈에 밟히기도 한다


 


무명이불을 곱게 풀먹여 깔고


꽃잎 같은 몸을 향기나게 비벼서


오래된 악기소리를 만들고


밤새도록 파닥이며 떨던


죽음 같은 사랑


비늘이 떨어져 떠나지 못하고


서쪽으로 난 창가


오래된 방으로 남아있다.


 


- 「 아주 오래된 방 」부분


 


화가 고흐는 사랑으로 한 일은 모두 잘 한 일이라고 했다.


죽은 것이든 죽어가는 것에 대한 시인의 눈길은 그자체가 곧 사랑이다. 여성스런 섬세함이 돋보이면서도 구도자로서의 고독이 한껏 묻어있는 시이기도하다.


 


남자는 섬이다


 


남자는 섬이다


부초처럼 떠다니다


머무는 곳


섬..


 


꽃으로 피어날 일도 없고


강으로 흐를 일도 없다..


 


남자는 섬이다


사방 끝도없이 밀려드는 난파亂波


소롯이 받아내고


묵묵히 수평선만 바라보는


그윽한 섬..


섬......


 


남자는 그런 섬이다


 


남자는 섬이다


가슴으로도 울지못하고


바다건너 은혜의 뭍..


촛점없는 눈짓으로 그리워만하다


지쳐 덧없이 잠들고마는


섬..


 


그런


섬이다...


 


- 「 남자는 섬이다 」전문


 


따옴시는 「 남자는 여자의 과거다 」와 같은 류로서 비교적 짧은 시중의 하나인데 누구라도 한번만 읽으면 금새 느낌이 전해지는 시다. 지금까지 시인은 우리에게 있어 소롯이 묵묵히 오릇이 그윽한 섬이었다.


 


아래의 두시를 낭송처럼 따오면서 홀로 외로이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김낙필 시인의 모습을 언뜻 떠올려 본다 


 


강이


끊임없이 제속을 닦아내며


깊어가는 것처럼


사람도 익어가며 깊어진다


산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람이 되는 일


마음을 열고 살라는


님의 부름 같아서


샛강가로 나가 하모니카를 분다


 


- 「 하모니카 불고 싶은 날 」부분


 


나른한 오후..


포구는 졸립다.


 


때로는 힘겨운 일상에서


사랑한다는 일이 버거워 질때가 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나는


산을 마주하면 가슴이 아프고


바다에 서면 마음이 슬프다.


 


그 마음과 가슴을 버리면


백치처럼 웃을 수도 있을텐데..


아직도 남아있는 빈처(處)


채우면 넘치고 말 끝없는 욕망.


 


- 「 빈 처 」부분


 


3. 맺으며 


김낙필 시인의 시 속에는 일괄되게 흐르는 흐름이 있고 그 속에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있어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미지 형상화에 따라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속에 그림이 있는 것이다. 읽다 보면 무릅 탁치며 쉬이 깨닫는 바도 있거니와 여성스런 섬세함으로 그려나가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주기도 한다. 한편을 읽다 보면 다음 시를 궁금하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어 나름의 인터넷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깨어있어 꾸준히 시를 많이 써왔으며 다소 호흡이 길거니와 그다지 난해할 것도 없는 자유분방한 시를 쓰는 편으로 이미 팔백여 편의 시작품을 한국문학도서관 (http://knpil.kll.co.kr)에 걸어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개인시집 발간이 일방소통인 것에 반해 사이버공간을 통한 시작품 발표는 나름의 쌍방소통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이순을 넘긴 나이에 발간하는 첫 시집의 의미는 특별할 수 밖에 없다. 구도의 길을 함께 가는 도반의 심정으로 김낙필 시인의 첫 기념시집에 합장의 예를 올리며 즐거운 날에 쓰디쓴 격려의 소주 한 잔 나누고 싶다.


 


.


 



김낙필 시인의 詩속에는 일괄되게 흐르는 흐름이 있다. 그 속에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있어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魔力이 숨겨져 있다. 이미지 형상화에 따라 그림 속에 詩가 있고 詩속에 그림이 있는 것처럼 읽다 보면 무릅 탁치며 쉬이 깨닫는 바도 있거니와 여성스런 섬세함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주는 온기가 있다. 밤잠 미뤄가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몸부림 이야말로 생활수행 속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갈망하며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리라.    -강희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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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는 호흡이 길다. 길게 쓰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김낙필 시인 만큼은 호흡이 긴 시를 쓸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필력을 갖추지 않으면 나올수 없는 것인데 탕국을 끓여 내듯이 섬세하고 질감 있게 맛을 우려낸다. 시인은 필경 요리도 잘할 것 같다. 시를 그림처럼 세밀하게 그려내는데 자기만의 독특한 詩作 기법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작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을 좋은 무대를 마다하고 온라인에 한정하여 빛을 내지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쉽다. 변방에서 그져 묵묵히 혼자만의 시를 쓰고 있어 世間에 들어나지 않는 점이 그렇다.    -박가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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