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 최옥 시집
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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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0 22:14
당신 생각으로 해가 뜨고 지고
-최옥-
당신과 함께 다니던 길에
올해도 벚꽃이 만발하다
당신과 함께 보던 벚꽃은
축복처럼 터지던 폭죽인데
나 혼자 보는 벚꽃은
가지마다 그렁그렁 눈물방울이다
천상에도 우리 둘 한 잔으로 나눠먹던
옛날식 다방 커피가 있는지
천상에도 우리가 보러 가던
바다 일출이 있을까
내가 사는 지상에는 이제 일출이 없다
오직 당신 생각으로 해가 뜨고 질 뿐
당신을 생각한다는 건
끓는 냄비 속에 손을 넣는 것처럼
번번이 내가 자지러지는 순간이다
살아있음은 감사이며 기쁨인 줄 알았는데
살아있음이 이렇게 고통이며 아픔일 줄을
예전에는 몰랐다 참으로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