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 시집 - 연극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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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시집 - 연극무대


 박종인 제 2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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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이미지포지션 詞林 012

도서명 : 연극무대

저  자  : 박종인 시집

판  형 : 120*185mm

면  수 : 136쪽

가  격 : 10,000원

발행일 : 2020년 9월 16일

ISBN : ISBN 979-11-970197-2-2  03810


서평

박종인 시인은 삶의 길흉이 갈마드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적 지표들을 간과하지 않고 그걸 시적 품으로 받아 궁구하듯 살피는 예리한 감식안을 가졌다. 언뜻 봐서는 일상적으로 지나치기 쉬운 난망한 현실의 여줄가리로 치부할 수 있는 것들도 그 안에 도사린 범상치 않은 유의미한 존재의 실상이나 실제에 시적 촉수를 드리우는 남다른 결행이 돋보인다. 그만큼 관성적인 삶의 소재에 쉽게 매몰되지 않고 불안과 실존의 심기를 건드리는 여러 대내외적인 이슈들을 선점하려는 남다른 의욕으로 일상적 삶의 평면에 입체적 인식의 파급을 얻어내곤 한다.

— 유종인 시인


저자 약력

전북 무주에서 태어났으며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2010년 『애지』로 등단하였고 시집으로『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연극무대』

가 있다.

시인의 말

연극무대에서

시들이

청문회를 연다.

미숙한 연기가 부끄럽다.

청문회는 진행 중이다.

2020. 가을

박종인

시집 속의 시



바다와 벚꽃이 있는 연극무대

공간적 배경–아테나여신 얼굴

입–바다

코–의자

눈동자–아파트


광안리 바닷가

제1막

큰 입이 벚나무를 쏟아낸다. 흩날린 꽃잎이 갯바위를 덮는다. 입술 위를 거닐던 내 삶의 꽃물이 시간을 역류시킨다. 갈매기 공중전이 한창인 대극장 무대 위 긴장감이 날 선다.


영역 다툼에 휘말린 관객석, 여신 아테나의 낯빛이 붉으락푸르락, 결국 입에 명령을 내린다. 모래 무대 위로 벚꽃 만발한 벚나무들, 맹렬히 말 탄 군사같이 출동한다. 전쟁포로로 끌려가던 나도 연거푸 벚꽃을 토해내고 놀란 앤이 구하려 바다로 뛰어든다.


마음 밖 무대


망나니 행인 #1 ……

갈무리 행인 #2 ……


言이 몰입을 찔러 분위기 죽고 기분도 죽고 과거는 달아난다.


다시 울부짖는 큰 입, 극적 상황이 관람객을 매료시킨다. 앤과 내가 간신히 빠져나오려는 순간, 셀 수 없는 벚나무 군사가 몰려오고 한 군사가 앤을 가로챈다. 나는 눈물 콧물을 토해낸다. 지켜보던 관객이 구원의 밧줄을 던지고 필사적으로 빠져나온 앤도 파도도, 벚꽃 거품을 문다. 속눈썹 짙은 아테나 눈동자도 벚꽃 눈물 흥건하고 우선 멈춤! 상황을 정지시킨 사진사도 들병이 간이의자도 숨을 죽인다.


제2막

역사책에서 걸어 나온 전쟁의 영웅들이 무대에 오른다. 관객들이 야유를 보낸다. 여신 아테나 전쟁을 즐기는 광기 뒤에 매스꺼운 지성을 숨겨 놓았다. 벚나무 군사들, 총칼을 계속 휘두르고 모래 위로 벚꽃 벚꽃 비명이 낭자하다 도시가 무자비하게 부서진다. 나팔소리, 요란한 무대 위에서 장군복에 감춘 지성이 객석으로 군례를 보낸다. 아테나가 객석을 빠져나간다.

여백

수심이 얼마만큼 깊은지 나를 접을 때 그들의 생김새가 보인다 206개의 뼈를 지지하는 버팀목으로 나는 먼 길을 걸어왔다

시간이 흐르고 발바닥이 부르튼 경험으로 그들을 인식할 수 있었다 더러 일자형도 있었지만 나는 아치형이라 균형을 잃지 않았다


탄력과 여백으로 스프링이 장착된 나는 스프링복처럼 높이 뛰어올랐다


작은 웅덩이, 거꾸로 흘러도 젖지 않는 웅덩이 두 개 위에 내 무게를 올려두고 여기에 닿았다 수평을 잡아주는 족 아치,

양말을 벗는다 종일 어둠에 갇혔다가 밖으로 나온 이 발바닥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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