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조규 시인 해방전 창작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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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조규 시인 해방전 창작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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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시절 모더니즘ㆍ카프 성향의 시(詩)를 썼던 북한의 대표적 시인 가운데 한 명인 김조규(1914.1-1990.12)의 1940년대 시 2편이 발견됐다고 북한 문학신문이 24일 전했다.

평안남도 덕천 출신인 김 시인은 1939년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 간도로 들어가 교사와 기자로 활동하다 1944년 북한으로 들어갔다.

1931년에 등단한 김조규는 광복 전 '붉은 해가 나래를 필 때', '달빛 흐르는 포구의 밤', '밤부두', '해안촌의 기억' 등을 발표했고 북한에서 문학예술사ㆍ조선작가동맹 출판사 주필 등으로 활동하며 '이 사람들 속에서', '여기 한 사람을 묻는다','포전 오락회', '어머니 환갑날' 등을 썼다.

북한의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류 만 박사는 문학신문 최근호(9.18) 기고문에서 북한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가 최근 김조규의 서정시 '찢어진 포스타(포스터)가바람에 날리는 풍경'과 '새들은 날아가는데'를 새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들 시 마지막에는 '1941.8. 로두구에서', '1941.9. 조양천에서'라고 창작 시기와 장소가 각각 표기돼 있다.

랴오투(老頭溝)는 지린(吉林)성 룽징(龍井), 챠오양(朝陽川)은 옌지(延吉)에 위치해 있다.

류 박사는 이 시들이 항일 무장투쟁의 현실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사는 거리는/ 밟히고 짓이겨 풀도 못자라는데/ 겨울에도 눈속에 꽃이 핀다는/ 송풍라월....구름위에 솟은 산은/ 백두산이요/ 계곡에 흐르는 물은 송화강이라/ 뜨거운 마음과 찬바람이/ 함께 여울져 흘러/ 승냥이도 가까이 못한다는/ 무릉도원 별천지 솟아났다는 곳..."('새들은 날아가는데' 중에서)

류 박사는 이 구절이 '항일무장투쟁'과 연관돼 있음을 드러내는 구절이라고 지적했다. '송풍라월'이 일제에 대항한 항일투사들이 있었던 백두산 유격근거지에 세워진 마을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김조규가 이 시 아래 '송풍라월'과 관련, "백두산 밑에는 인적을 멀리한 송풍라월이란 경치 좋은 마을이 있는데 야장간(대장간), 병원, 공부도 무료로 하는학교도 있고, 가진 갓은 서로 나눠 먹는 별천지가 있다는 항간의 전설이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이끄는 빨치산부대가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전반까지 백두산 지역에 비밀 근거지를 건설하고 활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찢어진 포스타가 바람에 날리는 풍경' 중에서 "오늘도 또 한사람의 통비분자/ 묶이여 성문밖을 나오는데/ 왕도락토 찢어진 포스타가/ 바람에 상장처럼 펄럭이고 있었다"는 구절이 항일투쟁과 관련된 시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그는 말했다.

류 박사는 이에 대해 "작품에서는 '왕도락토(임금의 덕으로 즐겁게 사는 땅)'포스타가 찢긴 것은 항일유격대와 연결된 통비분자(일본 제국주의자들이 항일유격대와 연계를 가진 애국적 인민을 모독해 이르는 말)의 소행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찢겨진 포스타가 퍼덕이는 모습을 장례행렬의 조상기에 비유해 놈(일제)들의 허위선전과멸망의 불가피성을 풍자적 수법으로 신랄히 조소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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