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형기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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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형기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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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시인 이형기씨가 2일 오전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시인은 11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아왔다. 경남 진주 태생인 고인은 17세이던 1950년 ‘문예’지로 등단해 한국시단에 한 획을 그었다. ‘적막강산’ ‘돌베개의 시’ ‘꿈꾸는 한발’ ‘심야의 일기예보’ ‘절벽’ 등의 시집을 남겼다.


그는 투병 중에도 창작 열정을 꺾지 않았다. 병상에서 아내(68)의 대필로 쏟아낸 시는 ‘절벽’(1998년) ‘존재하지 않는 나무’(2000년)라는 시집으로 엮여 나왔다. 그는 이 시들을 통해 생명의지에 대한 절박함, 존재의 의미를 정교하게 빚어냈다.


그는 서울신문, 대한일보, 국제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부산산업대 교수를 거쳐 1987년부터 모교인 동국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4년 ‘월간 문학’ 주간을 지냈고 1994년부터 2년간 한국시인협회장으로도 일했다.


고인은 소설 창작에까지 지평을 넓혔으며 평론 분야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1963년 이어령씨와 문학논쟁 때 모방문학론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순수문학의 예술지상적 경향을 강조했다. 평론집으로 ‘감성의 논리’ ‘한국문학의 반생’이 있다. 생전에 한국문학작가상, 대한민국 문학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대표시 ‘낙화’를 통해 사라짐에 대한 존재론적 미학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았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낙화)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4일 오전 8시. (02)923-4442


〈조장래기자〉
1 Comments
유용선 2005.02.04 01:24  
구상, 김춘수, 이형기... 철부지 시절부터 이제껏 존경해온 원로시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나가셨다. 가신 님들보다 남아 있는 우리가 더 처량하고 가엾게 느껴진다. 구비구비 당신들, 서리서리 당신들인데... 영혼의 스승이 없는 세월을 살아야 한다. 스스로 중심을 잡아가며 살아야 할 불혹의 나이가 된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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