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박용래 문학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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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박용래 문학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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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대전일보 창간 55주년ㆍ박용래선생 탄생 80주년 기념
제7회 박용래문학상 확정
시인 함민복씨 수상</b>

시상식 4월 9일 토요일 오후2시 대전일보 강당 1층에서</u>


대전일보사가 故 박용래 시인의 작품세계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제 7회 박용래 문학상 수상자에 시인 함민복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함씨의 시집 '말랑말랑한 힘'이다.
박용래 문학상 심사위원단(위원장 시인 정현종·연세대 국문과 교수)은 31일 "수상작은 그림자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삶과 세계에 감춰진 진실을 추구하는 정신의 깊이가 독보적"이라며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깊고 맑은 함 시인의 작품을 만장일치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말랑말랑한 힘'은 함 시인의 네 번째 시집. '그림자'와 '뻘' 등 주요 작품은 '간결한 서정과 외로운 삶의 내면풍경'을 그리고 있어 故 박용래 시인의 작품세계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평이다. 함씨는 1962년 충북 출생으로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수상작에는 상금 5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9일 오후 2시 본사 1층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용래 문학상의 수상 후보자는 모두 30명이 접수돼 그 권위를 짐작케 했다. 심사는 시인 정현종(심사위원장), 문학평론가 김재홍(경희대 문과대학장), 시인 조재훈씨(공주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2 Comments
가을 2005.04.05 02:25  
시인함민복씨 작품세계

“소박한 삶 소중함 일깨워”


제7회 박용래 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함민복씨는 사물을 바라보는 투명한 눈, 그 눈을 통해 비친 우리 삶과 세계의 예기치 않은 차원을 이야기해왔다. 이같은 경향은 수상작 '말랑말랑한 힘'에서 보다 두드러진다. 지난 1월 출간된 이 시집은 세 번째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에 이은 10년 만의 역작으로 시인의 내공과 문학적 치열함이 어우러져 한 차원 다른 시의 미학을 구현하고 있다.
그중 대표작 '그림자'는 함씨의 이같은 시각을 밀도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수상작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든 꽃과 어머니, 육교에 엎드린 걸인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존재들의 그림자에서 소중함을 이끌어냈고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받았다.
수상작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대한 포착과 함께 인류문명에 대한 비판의 날을 유연하게 세운다. 10여년 전 땅값 상승으로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는 함씨는 강화도 바닷가 마을에 둥지를 틀면서 갯벌을 경험했다. 또 다른 대표작 '뻘'은 갯벌의 수평적 시선과 부드러운 촉감을 수직으로 치닫는 도시의 고층빌딩과 대비시키고 있다. 도시에서 느껴지는 삭막함이 딱딱함이라면 작가가 느낀 갯벌은 '말랑말랑함'이라는 것.
함 시인은 "시의 나무를 등에 지고 평생 단아하고 청빈하게 사셨던 박용래 시인 문학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죽을 때까지 시의 나무 등에서 내려놓지 않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한 시인은 데뷔와 함께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세계를 펼쳐보이며 적잖은 독자 층을 거느리고 있다. 시집에는 '우울씨의 일일'(세계사), '자본주의의 약속'(세계사),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작과비평사)가 있다. 또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이레)를 펴냈다.
<南尙賢 기자>
가을 2005.04.05 02:26  
심사평


깊은 사유와 맑은 형상력

주지하다시피 박용래 시인은 대전지역 향토를 지키면서도 인간애와 자연애를 바탕으로 한 시적 진정성과 개성적인 내면풍경을 개척하여 한국 현대시사에 정채로운 순금부분을 열어 보여준 분이다. 이번에 새로 부활한 박용래문학상은 그런 의미에서 개성적인 뜻과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우리 심사위원들이 논의의 대상으로 한 것은 응모작 30분의 시집들이었다. 우리는 전체대상을 나누어 읽고 다시 돌려 읽으면서 각자 서너 시인을 추천하고 한 사람씩 논의해 들어가는 방법을 취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추려진 시인들은 이유경, 조남익, 권명옥, 문인수, 도광의, 이재무, 함민복의 작품들이었다.
논의의 쟁점은 박용래문학상이 작품상이냐 시인상이냐 하는 것으로 초점이 모아졌다. 전자는 작품성을 특히 강조하는 엄격한 입장이었고, 후자는 그렇다 하더라도 충남ㆍ대전지역의 정서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박용래문학상의 품격과 권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품성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만 한다는 대전제에 합의하여 엄격하게 심사를 진행하였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이유경, 조남익, 권명옥, 문인수, 함민복 시인의 작품들이었다. 각기 개성이 두드러졌고 우수한 면이 부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상작은 함민복의 시집 『말랑말랑한 힘』으로 만장일치 결정되었다.
함민복의 시들은 사물의 현상과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깊고 맑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특히 그림자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서 삶과 세계의 감춰진 진실을 추구하는 정신의 깊이는 독보적인 것이라 판단되었다. 아울러 시적 사유의 폭과 넓이, 그리고 진정성의 추구 및 상상력의 운동성은 이시대 가히 일급의 정신에 속하는 것이라 평가되었다. 또한 그의 간결한 서정과 외로운 삶의 내면풍경은 박용래의 그것과도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도 우리가 유의하였다는 사실을 부기해둔다.
함민복 시인의 대성을 기대하면서, 박용래문학상의 발전을 기원한다.

심사위원

정현종(위원장ㆍ연세대교수)
조재훈(시인ㆍ공주대 명예교수)
김재홍(평론가ㆍ경희대교수/글)



당선 소감

함 민복


물 따라 휜 길 참, 착해 보입니다.
내 마음 따라 내 시는 잘 휘였는지... ...잘 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나선 산 책 길에 나무를 배낭에 담아 등에 진 사람을 만났습니다. 나무를 등에 지고 다니다니! 상상력이 발을 폈습니다. 평생 한 나무를 등에다가 지고 다니며 사는 사람은 없을까. 나무와 함께 서서 자고 나무와 함께 눈, 비, 이슬, 바람, 서리, 햇빛, 달빛, 새소리, 물소리에 젖으며 사는 사람은 없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마음속에 아주 조금 살아 있는 동심이 벌써 그런 사람을 만납니다. 마니산 중턱에서 나무 한 그루를 등에 진 사람을 만납니다. 봄에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등에 꽃이 피어있었습니다. 나무하고만 바람소리 비슷한 소리로 말을 나누는 그 사람을 여름에 보았을 때 푸른 이파리 그늘이 얼굴에 가득 했습니다. 가을, 그 사람은 단풍든 눈빛을 떨구며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눈을 뒤집어 쓴 채 ! 그 사람은 겨우내 잠을 자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고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사람은 햇살이 잘 들고 바람소리 새소리 잘 지나는 터를 잡고 바위를 손으로 잡은 채 서서 죽어있었습니다. 등 뒤로가 보았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나무가 그 사람 몸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도 나무는 그 사람 몸속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 사람이 나무를 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은 나무였던 거였습니다. 나무와 한 몸이 된 그 사람은 걸어 다니는 최초의 나무였던 거였습니다. 동화 한 편을 머리 속에 써 본 나는, 농부의 발 받쳐주는 보온 덮개 하우스 활대 참 착하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시의 나무를 등에 지고 평생 단아하고 청빈하게 사셨던 박용래 시인 문학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죽을 때까지 시의 나무 등에서 내려놓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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