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비평이 시의 위기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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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비평이 시의 위기 초래했다”

가을 0 2679
<h2>“무능한 비평이 시의 위기 초래했다”</h2>
<h3>문학평론가 최원식씨 ‘창작과비평’ 서 쓴소리 </h3>


“비평이 단지 순종적 소비자로 시종할 때 비평의 위기는 발생한다.” “시 비평이야말로 위기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인하대 교수)씨가 시 비평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새로 나온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린 특집 글 <자력갱생의 시학>에서다.

최 교수는 ‘갈림길에 선 한국 시와 시비평’이라는 제목의 특집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한국 시의 위기가 운위되는 정황을 개괄한 다음, 시의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이유로 비평의 무능과 직무유기를 들었다.

그는 우선 최근 시 위기의 징후이자 원인으로 시의 민주화 또는 대중화를 들었다. “좋은 독자가 되기보다는 너도나도 시인이 되려고만 한” 결과 “한국 시는 최근 전반적 이완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독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한국 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비평가를 전문적인 독자라 할 때, 비평가가 전문 독자로서 제 몫을 하는 것 역시 시 발전에 긴요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정작 비평의 자기점검은 소홀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판단이다. 한국 비평은 전반적으로 소설 쪽에 치중되어 시 비평은 양도 적고 질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증표는 비평이 평가를 생략한 채 해설에만 치우치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해설이 비평을 대체하고 있다.” 게다가 시 비평이 시와 시집에 대한 성실한 탐사 대신 “서양에서 빌려온 준거에 입각하여 그 시인 또는 그 시집을 부적절하게 단수화(單數化)할 때 독자의 시 읽기를 오히려 방해한다.” 요컨대 한국 비평은 “내재적 발전론에 대한 전면적 반동 속에 한국문학을 서구문학의 식민지로 타자화하는 낡은 비교문학론으로 복귀했다.”

이런 전제 위에 최 교수는 계간지 겨울호들에 발표된 김수이씨와 황종연씨의 평론을 비판적으로 거론한다. 특히 고은 시인의 <만인보>가 예속적 지배 엘리트와 자주적 민중 사이의 이분법에 기반하고 있다는 황씨의 주장에 대해 “고은은 결코 순진한 민중주의자 또는 단순한 민족주의자가 아니”며 <만인보>에서 고은 시인은 “살아 있는 민중 속으로 귀향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황씨가 고은식 민중·민족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더욱 철저한 민주화” 또는 “다원적 민주주의의 모색”을 제시한 데 대해 최 교수는 “개인의 탄생을 내세운 구미 자본주의 사회가 개인의 무덤 위에 세워진 엘리트 지배로 귀결된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민족문학은 아직도 부득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생태시의 대두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김수이씨의 평론에 대해 최 교수는 “현실 인식의 결핍과 미학의 단순성”을 지적한 점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생태시가 복수(複數)로 존재한다는 인식이 깊지 않다”는 지적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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