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식 첫시집 ‘아버지 꽃’…정제된 언어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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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첫시집 ‘아버지 꽃’…정제된 언어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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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첫시집 ‘아버지 꽃’…정제된 언어의 매력

첫 시집 ‘아버지 꽃’(화남)을 낸 홍성식(34)은 겉늙었다. 투박한 말투 탓일 수도 있고, 사석에서 은근히 전통과 관습을 따지는 고루함 때문일 수도 있다. 단문형의 직설적 화법에 성큼성큼 걷는 큰 걸음나비가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이다.

그는 오마이뉴스 문학담당 기자다. ‘선생님’이란 호칭이 일반화된 이쪽 바닥에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문인들을 ‘형’ ‘누나’로 부르는, 낯가림이 거의 없는 사내다. 시를 쓴다는 말을 바람결에 듣긴 했어도 그의 시집 출간은 좀 별난 이벤트였다.

이 시집은 외견상 주인을 닮지 않았다. 깎고 다듬은 수공과 노역의 흔적이 여실하다. ‘…가난의 먼지 애써 닦아내던/엄마의 툇마루에/걸터앉은 아버지는 위태롭다/….’(아버지의 집) 주당에 애연가인 그가 이 문장을 뽑아내기 위해 소진했을 술과 담배의 총량은 얼마일까. 시인의 역량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시 한편을 들춰내 보자.

‘아내가 깎아 건네는 사과가 붉다/저물녘 석양은 뛰어들고 싶게 붉고/손자를 안아 든 취한 아버지가 붉다//그리움 안고 사는 여자들 치마끝단이 붉다/국도변 하늘거리는 살살이꽃 이파리마다 붉고/불륜을 꿈꾸는 사내들 심장이 붉다//가을은 온통 붉으니, 도시를 헤엄치는/고추잠자리 똥끝마저 붉다.’(가을, 붉디 붉어라)

〈조장래기자 jo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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