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학에 변화의 바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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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학에 변화의 바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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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찬양 등으로 일관해온 북한문학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사회에 개방분위기가 싹트면서 솔직한 생활감정을 노래하거나 서정성이 짙은 시들이 새로운 문학적 경향으로 등장한 것이다.

계간 「시인세계」 여름호가 특집으로 꾸민 '오늘의 조선시와 조선시인들'은 최근 북한문학에서 엿보이는 이러한 변화의 조짐과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문학 경향을 전하고 있다.

특집은 북한시인들의 근작시를 조총련계 시인 김학렬(69)씨의 평론'최근 조선 시문학의 한 단면'과 함께 싣고 있다.

김학렬씨는 "조선 시문학의 기본 흐름은 나라의 정책적 요구에 따라 '반제반미의 날카로운 외침' '선군혁명정신' '수령형상제일주의의 표백' 등으로 이루지고 있다"면서도 "2000년대 새 조선 시문학은 진실하고도 참신한 생활감정에 기초한 시적감흥, 시적 서정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시적 언어와 시적 율동으로 표현하는 데 한창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아이들이면 로인들이라면/지켜야 할 삶을 놓고/풀죽과 소금국 앞에 얼굴을 돌릴 수 있었던가"라고 써내려간 농민시인 리진협의 시 '잊지 않으리라'에 대해 "경제봉쇄의 광풍 속에서 친근한 사람들의 죽음도 눈앞에 보고 피눈물을 떨구던비장한 생활감정을 사실적으로 토로했다"고 평했다.

"아름다운 행복의 옷은 녀인이 뜬다네/기쁨과 때로 아픔이 엉킨 생활의 실토리/녀인의 작은 두손에 풀려 나가네/인생은 다시 풀 수 없는 뜨개질 같아/만약 한코를놓친다면/불행의 흠집은 날로 커지리"('녀인의 노래' 중)라거나 "이들이 담그는 김치와 토장은 참으로 별맛/식혜, 낙지젓/참나물김치/눈맛도 입맛도 천하의 별맛"('어찌 북쪽의 녀인들이...' 중) 등 림형미의 시에는 여성의 생활정서가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홍철진은 "내 어린 시절/그림공부 시간에/크레용으로만 그려 본/군사분계선 표말뚝아"로 시작되는 '군사분계선 표말뚝과 하고 싶은 말'이라는 시에서 "너와 말을나누자고/백두에서 판문점까지/부르기조차 뜨거운/피같은 언어들이/얼마나 굽이쳐흘러왔는가"라며 병영에서 체험을 통해 얻은 사색을 격정적 시어로 표출해 낸다.

홍철진은 또다른 시 '우리는 이사를 간다'에서 "얼마나 먼길을/이렇게 떠나군했던가/동해에서 서해로/서해에서 중부로/이웃집마냥 넘나든/그 지경들을/작은 손으로야/어찌 다 꼽으랴//그 길에서/낯설었던 학교는 얼마였으며/우리의 이사짐/따라서지 못했던/사연 많은 편지들은 그 얼마랴"라며 군인이던 아버지를 따라 잦은 이사를했던 기억을 애틋한 감정을 넣어 들춰보인다.

2001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민족통일대토론회이 정경을 담은 "챙!-/유리잔들합쳐지며 내는 소리/갈라진 땅의 세월 부등켜안는 소린가"(신흥국의 '언제면 깰가'중)라거나 "맞댄 총구를 밟고/억이 막혀 말이 없다"(리영삼의 '분계선' 중)거나 "밭김을 매던 로동의 첫날/내가 마구 찍은 엉성한 이랑을 돌아보며/아버지는 조용히 말했네/-김 맨 뒤가 고와야 한다"(동기춘의 '고와야 한다' 중) 등에는 생활감정에서묻어난 인간철학, 민족화해와 통일에 대한 희망 등이 담겨 있다.

이러한 시에 대해 김학렬씨는 "최근 조선 시인들이 사람의 가슴을 격동시키는매혹적인 시적 언어로 '새 맛이 나는 시'를 쓰고 있다"고 경향을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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