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박현솔 첫 시집 ‘달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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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박현솔 첫 시집 ‘달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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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신춘한라문예 출신

유년의 기억·가족사 소재…상처와 절망을 노래하다

 1999년 신춘한라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섰던 박현솔(35·본명 박미경)이 등단 7년만에 신작 시집 ‘달의 영토’를 내놨다. 또 박 시인은 2001년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박 시인은 ‘달의 영토’라는 공간에 유년의 기억과 가족사를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직조한다. 시인은 거대한 성곽에 둘러싸여 있는 기억들을 발굴해 내고 이를 세밀하게 복원하는 작업을 통해 세계와 소통한다. 또한 시인은 갇혀 있던 상처와 절망을 세상밖으로 꺼내 보임으로써 스스로를 치료한다. 그에게 있어 ‘기억’이란 이미 사라져 버린 과거가 아닌 지금 이곳에 실체로서 텍스트화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인은 시의 진정성을 추출해낸다.(홍신선 시인·동국대 교수)

 “내 청춘은 달궈진 양은 냄비 같은 것이었다. 끓어오르는 순간 넘쳐버리는, 넘친 국물이 내 안의 바닥을 얼룩지게 하던”(‘뱀이 지나간 자리’ 중에서)이라거나 “오랜 습관처럼 발밑에 누운 잔디를 쓸어본다. 손바닥이 지나간 자리마다 물빛이 번진다. 잊혀진 기억 속의 문장들을 내 손바닥이 읽는다. 손바닥사이로 길이 갈라지고, 지문이 물결쳐 간 곳에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성곽이 서 있다”(‘호텔 캘리포니아’ 중에서)는 대목처럼 시인은 지난 기억들을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며 세상을 읽어낸다. 시인은 기호를 만들어 내고 이것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하지만 시인은 단순히 기억을 복원하는 데만 만족하지 않는다. 현재의 세계를 떠돌며 삶의 실상을 탐색한다. 자기 자신과 주변 사물을 통해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반성하고 성찰한다. 객관화된 대상들은 개인적 자아의 실체를 보여준다. 시인은 스스로를 수술대에 눕혀놓고 자신의 기억을 해부한다. 내면의식을 응시하는 중첩된 시선,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동시에 세상 사람들, 인간의 내면을 읽어내고 있다.

 제주출신인 박 시인은 제10회 신춘 한라문예 시부문에서 ‘미로속의 오갈피나무’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도 이 신작시집에 담겨져 있어 반갑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문학평론가 김병택과 송상일은 ‘미로속의 오갈피나무’에 대해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통해 시적 화자의 의식세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적 삶의 어느 부분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라고 평한 바 있다. 현재 오산대학에서 강사로 있는 박 시인은 동국대 대학원 문창과를 졸업하고 아주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문학사상. 7천원.

/백금탁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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