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회동마을, 그 산골짜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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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회동마을, 그 산골짜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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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b>[이사람] 기무사 근무하며 3번째 시집낸 이춘우씨 </b>

20년 전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큰아들 상정이가 부자 친구 생일집에 다녀와 물었다. “아빠 왜 우리는 마당도 없고, 차도 없어요?”

“너희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지어 아빠 서울서 공부시키시느라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단다.”

“그렇지만 우리도 부자였으면 좋겠어요.” “아가야, 우린 비록 돈은 별로 없지만 갈 수 있는 고향이 있으니 얼마나 부자인지 모른단다.” “맞아요, 아빠. 사랑해요!”

7월1일부로 만 30년째 기무사 근무를 하고 있는 이춘우(52)씨가 최근 또 시집을 냈다. 2003년 이후 세번째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맏아들한테 20년 전 나지막하지만 당당하게 심어준 고향과 자연을 주 소재로 삼았다.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곁들인 시집 제목은 〈그립거나 미웁거나〉.

“영덕 ‘회동마을’ 고향엔 일제가 판 폐금광이 여러 군데 남아 있는 걸 보면 금이 꽤나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향 어른들이 금 덕 봤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가난을 대물림하던 궁벽한 어촌마을에서 난 시인은 유년시절 고향과 형제들 도움으로 상경해서도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만난 가난이 시작(詩作)의 동기였다고 했다. “직업상 명령과 규율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생활이다 보니 ‘시를 쓸 정서가 어딨냐’고 묻기도 해요. 그런데 어떡합니까? 바로 그 향수병 때문에 시를 쓰지 않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는 “고향이 그리워 단걸음에 달려가고 싶을 때 시를 긁적이며 향수를 달래왔는데, 벌써 세번째 시집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첫 시집 〈고향 사계〉에 이어 두번째 〈흑자갈의 노래〉(2004년 7월)는 한글 시와 이를 영역한 영시로 이뤄졌다. 시인은 〈흑자갈의 노래〉 서문에서 “눈도 어둡고 귀도 쇠약해져 큰 소리로 말해도 ‘오냐 오냐’만 거듭하며 고개를 끄덕이시는 90세 어머니가 먼 길 떠나시기 전에 이 시집을 바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썼다. 그러던 어머니가 지난해 11월 91세를 일기로 고향 언덕 부친 곁에 잠들었다고 했다. 시인은 “빈소에 들어온 조화 꽃잎을 묘소 주변 잔디 사이사이 심으면서 어머니 손길이 얼마나 따스한지 느껴지더라”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지게질을 못해 비실대던 내게 ‘넌 지게 지고 살 놈이 아니라’며 지게를 헛간에다 팽개치던 부모님, 7남매 중 막내 서울 유학시키면서 시골 고향을 지킨 형제들, 이들이 진짜 시인”이라며 “기회가 돼 다음 시집을 내도 다시 고향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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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style="LINE-HEIGHT: 16pt" align=middle width=550><FONT color=#666666>기사 스크랩 : 2006년 8월 1일자 한겨레신문 19면에 보도된 내용임</FONT></TD></TR></TBODY></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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