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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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人面>

가을 0 2074
당(唐)대 수많은 유명 시인 속에서 최호(崔護)라는 이름도 강한 빛을 발한다. 그러나 다른 여느 유명 시인들이 방대한 작품을 남긴 것에 비하면 그는 특이하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시가 단지 여섯 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시 한 수로 당대 명류 시인의 반열에 이름을 남긴다. 봄볕 화사한 청명절 무렵 수도 장안(長安)의 남쪽 교외를 산책하다 읊은 시다.

"지난해 이때 이 문을 들어설 적에는(去年今日此門中)/ 사람 얼굴에 복사꽃이 서로 붉게 어울렸지(人面桃花相映紅)/ 그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人面不知何處去)/ 복사꽃은 여전히 봄 바람에 웃고 있는데(桃花依舊笑春風)."

사연인즉 이렇다. 시를 쓰기 1년 전의 봄. 역시 산책에 나선 최호가 숲 속을 한참 거닐다가 들어선 외딴집의 마당이 배경이다. 그곳에서 아리따운 얼굴의 처자가 목 마른 젊은 나그네에게 물을 건넨 것이다.

복사꽃처럼 붉어진 여자의 얼굴이 젊은 시인을 끌어당겼을 게다. 최호는 여인네의 모습을 잊지 못하다가 이듬해 다시 들렀다. 그러나 사람은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복사꽃만 남아 있다.

사람들은 이 애절한 만남에 살을 더 붙였다. 최호가 마침내 여인을 만나 부부의 정을 이루고 결국은 과거에 급제해 지금의 광둥(廣東) 지역 절도사로 부임한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해피엔딩이다.

결말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람의 얼굴(人面)을 표현한 것이 이 시의 정수다. 그리고 젊은 남녀의 연정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얼굴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이렇듯 간략하게 표현한 것은 매우 드물다. 시의 값어치가 살아나는 대목이다.

웬 얼굴 타령일까. 요즘 한국 사회의 뉴스를 장식하는 사람의 얼굴이 이에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얼굴은 이 주 내내 크게 신문과 TV를 장식했다. 예의 거리낌없는 말솜씨에 자신 가득한 표정이 국민의 심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하다.

야당은 대선 후보를 검증한다면서 날이 퍼렇게 선 투쟁에 들어섰다. 대선을 위해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일지는 모르지만, 서로 흠집 내기 위해 대드는 모습의 양 진영 구성원들 표정이 그악스럽기 짝이 없다.

감금된 여중생을 상대로 성매매에 나선 1000여 명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지금 납치돼 있다"는 여중생의 애원에도 아랑곳없이 성매매를 한 이 성인들은 수심(獸心)이 내비친 인면이겠다. 요즘 한국 사회의 사람 얼굴, 아래위로 이렇게 다 망가지는가 싶어 착잡하다.

유광종 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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