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랑 시의 백과사전 > 커뮤니티 > 인면<人面>

인면<人面>
 
문단뉴스는 문단의 새로운 소식들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작성일 : 07-08-13 09:44
인면<人面>
 글쓴이 : 가을
조회 : 2,054  
당(唐)대 수많은 유명 시인 속에서 최호(崔護)라는 이름도 강한 빛을 발한다. 그러나 다른 여느 유명 시인들이 방대한 작품을 남긴 것에 비하면 그는 특이하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시가 단지 여섯 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시 한 수로 당대 명류 시인의 반열에 이름을 남긴다. 봄볕 화사한 청명절 무렵 수도 장안(長安)의 남쪽 교외를 산책하다 읊은 시다.

"지난해 이때 이 문을 들어설 적에는(去年今日此門中)/ 사람 얼굴에 복사꽃이 서로 붉게 어울렸지(人面桃花相映紅)/ 그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人面不知何處去)/ 복사꽃은 여전히 봄 바람에 웃고 있는데(桃花依舊笑春風)."

사연인즉 이렇다. 시를 쓰기 1년 전의 봄. 역시 산책에 나선 최호가 숲 속을 한참 거닐다가 들어선 외딴집의 마당이 배경이다. 그곳에서 아리따운 얼굴의 처자가 목 마른 젊은 나그네에게 물을 건넨 것이다.

복사꽃처럼 붉어진 여자의 얼굴이 젊은 시인을 끌어당겼을 게다. 최호는 여인네의 모습을 잊지 못하다가 이듬해 다시 들렀다. 그러나 사람은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복사꽃만 남아 있다.

사람들은 이 애절한 만남에 살을 더 붙였다. 최호가 마침내 여인을 만나 부부의 정을 이루고 결국은 과거에 급제해 지금의 광둥(廣東) 지역 절도사로 부임한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해피엔딩이다.

결말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람의 얼굴(人面)을 표현한 것이 이 시의 정수다. 그리고 젊은 남녀의 연정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얼굴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이렇듯 간략하게 표현한 것은 매우 드물다. 시의 값어치가 살아나는 대목이다.

웬 얼굴 타령일까. 요즘 한국 사회의 뉴스를 장식하는 사람의 얼굴이 이에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얼굴은 이 주 내내 크게 신문과 TV를 장식했다. 예의 거리낌없는 말솜씨에 자신 가득한 표정이 국민의 심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하다.

야당은 대선 후보를 검증한다면서 날이 퍼렇게 선 투쟁에 들어섰다. 대선을 위해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일지는 모르지만, 서로 흠집 내기 위해 대드는 모습의 양 진영 구성원들 표정이 그악스럽기 짝이 없다.

감금된 여중생을 상대로 성매매에 나선 1000여 명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지금 납치돼 있다"는 여중생의 애원에도 아랑곳없이 성매매를 한 이 성인들은 수심(獸心)이 내비친 인면이겠다. 요즘 한국 사회의 사람 얼굴, 아래위로 이렇게 다 망가지는가 싶어 착잡하다.

유광종 국제부문 차장

 
 

Total 349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319 임남규 시집 - 푸른 자리에서 숨 쉬고 싶다 출간 임남규 2009-06-02 4830
318 모임장소 및 전시회 무료 대관 안내 김헌 2009-05-18 5290
317 [전국 시낭송회 초대 ‘시낭송의 밤’ 참가 안내] 김헌 2009-05-18 3786
316 우리 시인 80명이 찾아낸 『키워드』발간 김헌 2009-05-13 3195
315 자리를 빛내 주십시요^^ 초대합니다. 김헌 2009-05-13 2903
314 등단 50년 훌쩍 넘긴 김지향 시인 시 낭독회/조선일보닷컴 기사 최연숙 2 2009-04-28 3286
313 조선일보가 펼치는<책, 함께 읽자>캠페인 "김지향 시 읽… 최연숙 2 2009-04-10 2783
312 최영미 시인,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 펴내 靑山 2009-03-28 3294
311 제5회 천상백일장에 초대합니다 천상백일장 2008-04-22 2938
310 제 6회 영산강.섬진강사랑 환경문예작품 공모전(시/산문분야) 영산강유역환경… 2008-04-11 2669
309 <2008년 상반기 무진주문학신인상 원고모집 > 나일환 2008-03-21 3073
308 월간『광장』신인문학상 원고 모집 조미은 2008-02-23 2803
307 한국문학방송.com '우수작품선집'용 작품모집 안재동 2008-01-17 2480
306 [단독]未堂 고택 수년째 ‘유령의 집’ 가을 2008-01-06 2761
305 한국문학방송 - 드림서치 안재동 2008-01-01 2820
304 한국문인산우회로 초대합니다 장은수 2007-12-24 2699
303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오류를 24년간 방치하는 교육행정 김백기 2007-11-16 3819
302 시로 일깨우는 ‘사랑의 힘’ 가을 2007-11-08 2588
301 김지하 "한국시, 새 스타일 창조해야" 가을 2007-09-30 2923
300 문학과 삶의 향기가 가득한 <문화저널21>을 소개합니다. 안재동 2007-08-15 2576
299 정덕희 학력위조 가을 2007-08-15 4682
298 동아시아 시인 모여 “한국 현대시 100년 축하” 가을 2007-08-13 2689
297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노래 가을 2007-08-13 2723
296 인면<人面> 가을 2007-08-13 2055
295 <신간>애들아 태극기 이야기 좀 들어보렴 송명 2007-07-24 2196
294 태극기사랑 작품 현상공모 송명 2007-07-24 2133
293 이해인 수녀, '천상병 시문학상' 받는다 가을 2007-06-19 2672
292 마광수 교수 `내가 미쳤나 보다` 가을 2007-06-11 2919
291 잇단 표절·대필… 출판계 멍든다 가을 2007-06-11 2334
290 연대, 제자 詩 도용 마광수 교수 징계위 회부 가능성 가을 2007-06-11 222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