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년 훌쩍 넘긴 김지향 시인 시 낭독회/조선일보닷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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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년 훌쩍 넘긴 김지향 시인 시 낭독회/조선일보닷컴 기사

최연숙 2 0 3670
문화가산책
등단 50년 훌쩍 넘긴 김지향 시인 시 낭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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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25 17:28 / 수정 : 2009.04.25 17:31

한국 가곡 전파하는 '가곡예술마을'에 아름다운 시·노래 울려 퍼져
대치동 길에는 봄이 한창이었다. 라일락은 한껏 물이 올라 보랏빛으로 터질 듯하고 어린 플라타너스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초록의 생명감이 손에 만져질 것 같은 봄날, 초록 우거진 길을 따라 기분 좋게 걷다 음악이 흐르는 ‘한국가곡예술마을’로 들어섰다.

성악가 장은훈 씨가 설립한 가곡예술마을은 한국정서를 보다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새로운 가곡을 만들고 보급하기 위한 문화공간으로 출발했으며, 콘서트홀과 갤러리,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곳이다.

23일 오후 2시 바로 이곳 ‘가곡예술마을’에서 우당문학회(회장 유소례)는 올해로 어느덧 등단 53주년을 맞는 김지향 시인의 시를 주제로 낭독회를 열었다. 극단 유씨어터 단원인 배우 문형주 씨를 비롯해, 김지향 시인의 후배와 제자들이 뜻을 모아 김지향 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자리였고, 곳곳에서 소식을 듣고 찾아온 지인들과 독자 150여 명이 감성 충전의 시간을 함께 나눴다.


 1956년 시집 『병실』을 펴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지향 시인은 『유리상자 속의 생』 등 20여 권의 시집과 에세이, 시론집을 비롯해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치고, 한양여대 문창과, 한세대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를 양성해 온 문단의 원로이다.

후배와 제자들이 준비한 헌정 낭독회에 초대된 김지향 시인은 “부끄럽다. 이 나이에 젊은이들과 어울려 시를 나눌 수 있다는 게 고맙다”는 말로 낭독회 소감을 전했다. 신세훈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은 “평소 김지향 시인을 보면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는 적이 없다. 오로지 그녀는 시로만 살아왔고, 시에만 자존심을 거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시인을 경외한다”는 말로 축사를 건넸다.

또 조병무 전 동덕여대 교수는 “김지향 시인은 특유한 기법으로 시가 지니는 사상적 포용이 큰 것은 물론이고, 자연과 우주에 내재한 상상력과 예리한 감각으로 심미적인 사물 탐색을 시도하는 시인”이라고 언급하며, “우리의 낭송 문화는 매우 오래된 전통인 만큼 최근 진행되고 있는 ‘책 함께 읽자’ 낭독회 캠페인이 생활 속에 잘 정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바람 요술 지팡이에 올라탄 나비 몇 마리 / 몇 됫박씩 꽃가루를 흩뿌리며 세상의 몸에 봄을 입힌다 / 깔 깔 깔. 세상은 종일 명주실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배우 문형주 씨가 의성어를 실감나게 표현하며 시 ‘봄, 명주실 웃음’을 낭독하자 객석에서 너나없이 감탄과 미소를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가곡 ‘오우가’와 ‘기다림’의 공연이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을 감고 슬픈 음률에 몸을 맡긴 채 애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도, 슬프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 아닐까.

이번 낭독회를 일선에서 준비한 최연숙 시인(우당문학회 사무국장)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해줄 줄 몰랐다.”며 최근 활발한 캠페인으로 낭독문화에 대한 관심, 책 읽기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된 만큼 “일반인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낭독회가 지속적으로 펼쳐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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