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아내 죽으면 절필 선언할 것 - 송수권 시인, 백혈병 투병 아내 앞에서 '회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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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의 아내 죽으면 절필 선언할 것 - 송수권 시인, 백혈병 투병 아내 앞에서 '회한의 눈물&#03…

poemlove 0 3465
* 오마이뉴스에 박상건 기자의 글을 옮겼습니다<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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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제목 없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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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
<TD class=context>송수권 시인. 그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아내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피도 돈도 되지 않는 직업으로 살아온 그가
아내가 죽으면 절필을 하겠다고 나선 것. <BR><BR>송 시인은 현재 섬진강변 염창마을 언덕배기 집필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집필실도 아내가
보험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으로 마련한 전세집이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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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align=left><FONT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30%" color=#3a6e7c>▲
감나무와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어초장 집필실에서 송수권 시인. </FONT></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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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class=context align=left><FONT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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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class=date align=left>ⓒ2003 박상건</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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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height=10></TD></TR></TBODY></TABLE>그는 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강의가 끝나면 바로 이 집필실에 와
시작(詩作)활동을 해왔다. 감나무도 기르고 밤나무도 기르고 배추밭 잡초를 뽑아 텃밭을 일구어 자연과 함께 혼자 생활하고 있다. 돈 벌면 이
집필실을 송 시인의 것으로 만들어 주겠다던 마음씨 고운 그의 아내는 지금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BR><BR><B>"쓰레기통에 나온
시인"과 "수박장사 하던 시인의 아내"</B><BR><BR>송 시인은 서울 아내에게 가기 전, 집필실 마당에 주렁주렁 열린 단감나무에 올라가
가을볕에 물든 단감을 따고 있었다. <BR><BR>"햇과일이 나오면 그렇게도 아내가 좋아했던 단감인데…, 아내와 함께 다음에 집을 한 채 사면
감나무부터 심자고 했는데…, 이 단감처럼 붉은 피가 아내의 혈소판에서 생성되어 AB형 피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BR><BR>그에게 아내는 여느 아낙들보다도 각별했다. 송 시인은 어릴 적 찢어지게 가난한 탓에 자살한 동생을 생각하며 &#039;산문에 기대어&#039;라는
작품으로 등단했다. 집필실 바로 건너편 저 지리산에서 썼다. 그도 지긋지긋한 가난을 못 견디고 동생처럼 서울 여인숙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BR><BR>죽기 전에 백지에 쓴 몇 작품을 잡지사로 보내놓고 차마 죽지 못한 채 알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전국을 떠돌았다. 그 작품은
원고지에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위원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그 원고를 뒤늦게 발견한 잡지사 주간이 본심에 올려 이 잡지사가 발굴한
최초의 시인이 되었던 송수권 시인.<BR><BR>그래서 그를 일러 "쓰레기통에서 나온 시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탄생한 시인은
순천사범을 나와 섬과 산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저마다 도회지로 나가려하는 마당에 그는 교육청을 찾아다니며 벽지 학교를 자청했던 이른바 상록수
교사였다. <BR><BR>주말이면 서울 남대문 시장을 찾아 등잔을 구입해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낙도며 산골 아이들을 가르치던 진정한 사표였다.
그런 생활이 연속되면서 아내는 수박구덩이에 똥장군을 지고 나르면서 수박을 키우고, 여름 해수욕장이 있는 30리 길 그 수박을 이고 나르며 시인의
생계를 도맡았다.<BR><BR>우리 나라에서 학위 없는 시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립 대학교 교수가 된 송 시인의 뒤안길에는 지속된 생활고로
보험회사에서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했던 아내가 있었다. 결국, 송 시인은 28년 동안 아내에게 빌붙어 시에 전념해왔던 탓에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교수가 되었다. <BR><BR><B>송 시인, 학위없이 &#039;국립대 교수 1호&#039; 기록 </B><BR><BR>박사학위는커녕 석사학위도 없이
전문학교(서라벌 예술대학 문창과)만 나온 그를 교수 만든 것은 힘든 생활고에도 내조를 톡톡히 한 아내덕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아내는
병상에 누워 있다. <BR><BR>해방 후 시를 써서 국립대학교 교수가 된 1호 시인인 그에게 아내는 "그게, 다 나의 공이 아니라, 당신 노력
때문이에요. 당신을 뽑아준 총장님께 인사나 잘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BR><BR>그러면서도 송 시인이 교수로서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아내는
"여보! 시 쓰면 돈이 나와요, 밥이 나와요… 그렇게 평생 타박만 했는데 시(詩)도 밥 먹여 줄 때가 있군요!"라고 울었다고 한다.
<BR><BR>투병 중 친구나 친척들이 골수이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아내는 "2년 후면 송 시인도 정년퇴직인데, 송 시인 거러지 되는
꼴 어떻게 봐요. 그게 1억이 넘는다는데…"라며 극구 이식을 거부했다.<BR><BR>집필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송 시인은 이튿날 아내를 보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시집간 큰 딸이 병간호를 하고 있었는데, 딸의 친구가 금년 9월 고등학교 1학년 학력평가 문제지(수능 대비 전국
모의고사)를 들고 와 송 시인의 등단작 &#039;산문에 기대어&#039;가 언어영역 문제로 출제되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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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align=left><FONT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30%" color=#3a6e7c>▲
입원 전 속리산 여행 때 한 카페에서 송수권 시인, 필자, 송 시인의 아내 김연엽 여사 </FONT></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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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class=context align=left><FONT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20%"
color=#5a8e9c></FONT></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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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class=date align=left>ⓒ 박상건 </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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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height=10></TD></TR></TBODY></TABLE>그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던 송 시인의 아내는 "너는 이제 알았니?
은경이 아빠 시(詩), &#039;지리산 뻐꾹새&#039;와 &#039;여승&#039;도 진작 수능시험에 출제되어 나갔어야! 난 이제 죽어도 한은 없단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BR><BR>"나에게 죄가 많지만 순결한 아내의 피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BR><BR>눈물자국을 훔치며 병실 밖으로 나온 송 시인은 말했다.
<BR><BR>"몹쓸 &#039;짐승의 피&#039;를 타고난 나는 내 아내가 어떻게 살아온 지를 너무나 잘 알아. 내 아내가 죽으면 나는 다시 시를 쓰지
않겠다. 시란 피 한방울보다 값이 없음을 알았어." <BR><BR>교통사고로 인해 과다 출혈을 보여 광주와 서울 병원으로 이송되기를 거듭했던
시인의 아내는 의경들이 달려와 피를 줘 그것으로 연명한 상태이다.<BR><BR>그러나 이 한번의 수혈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시인은
가슴을 쥐어짜는 것이다. 병 문안을 온 문인들마다 골수이식까지는 아직도 피가 필요한데 하느님도 정말 무심하다고 가슴을 쳤다. 그가 시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것도 바로 그것이 언어로 하는 말장난보다 &#039;진실&#039;이라는 것, 그 진실이 언어 이상이라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BR><BR>송 시인은 다시 혼잣말로 내뱉었다. <BR><BR>"이 짐승스러운 시인의 피를 저당잡고 죽게 할 일이지, 왜 하필 아내인가?
나에겐 죄가 많지만 순결한 아내의 피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나를 살려두고 만일에 아내가 죽는다면 난 다시는 부질없는 시(詩)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도 시를 쓴다면 도끼로 나의 손가락을 찍어버릴 것이다" <BR><BR>그러면서 다시 아내의 병상으로 다가가 굳게 이를 악물었던 송
시인.<BR><BR>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견딜 수 없는 고통 때문이었을까? 아내는 마스크를 쓴 채 연신
눈물만 흘리다가 잠이 들었고 그 곁에서 송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써서 딸에게 읽어보라고 했다. 잠든 엄마 앞에서 아빠가 쓴 시를 낭송하는 딸의
낭송시를 듣자니 병실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BR><BR><FONT
color=navy><B>蓮葉(연엽)에게</B><BR><BR>송수권<BR><BR>그녀의 피 순결하던 열 몇 살 때 있었다<BR>한 이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때 있었다<BR>蓮 잎새 같은 발바닥에 간지럼 먹이며<BR>철없이 놀던 때 있었다<BR>그녀 발바닥을 핥고 싶어 먼저 간지럼
먹이면<BR>간지럼 타는 나무처럼 깔깔거려<BR>끝내 발바닥은 핥지 못하고 간지럼만 타던<BR>때 있었다<BR><BR>이제 그 짓도 그만두자고
그만두고<BR>나이 쉰 셋<BR>정정한 자작나무, 백혈병을 몸에 부리고<BR>여의도 성모병원 1205호실<BR>1번 침대에 누워<BR>그녀는
깊이 잠들었다<BR>혈소판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몇 개월 째<BR>마스크를 쓴 채, 남의 피로 연명하며 살아간다<BR><BR>나는 어느 날
밤<BR>그녀의 발이 침상 밖으로 흘러나온 것을 보았다<BR>그때처럼 놀라 간지럼을 먹였던 것인데<BR>발바닥은 움쩍도 않는다<BR>발아 발아
가치마늘 같던 발아!<BR>蓮 잎새 맑은 이슬에 씻긴 발아<BR>지금은 진흙밭 삭은 잎새 다 된 발아!<BR>말굽쇠 같은 발, 무쇠솥 같은
발아<BR>잠든 네 발바닥을 핥으며 이 밤은<BR>캄캄한 뻘밭을 내가 헤매며 운다<BR><BR>그 蓮 잎새 속에서 숨은 민달팽이처럼<BR>너의
피를 먹고 자란 詩人, 더는 늙어서<BR>피 한 방울 줄 수 없는 빈 껍데기 언어로<BR>부질없는 詩를 쓰는구나<BR><BR>오,
하느님<BR>이 덧없는 말의 교예<BR>짐승의 피!<BR>거두어 가소서</FONT> </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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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class=context1 style="TEXT-ALIGN: justify">* 필자는 이 글을 올리면서 교통의경들의 수혈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으로 송수권 시인이 경찰청 홈에 쓴 글을 일부 인용했으며, 당사자와는 전혀 의논하지 않았음에 행여 송수권 시인에게 누를
끼칠까 조심스럽기까지 하다는 점을 밝혔다.<BR></TD></TR></TBODY></TABLE></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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