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돼지 받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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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돼지 받던 날

전금주 0 1950
새끼 돼지 받던 날


눈부신 아침 햇살
그 동안의 폭염에
지표(地表)와 나무 잎들
힘없이 누워 잠을 청(請)한다

부모 형제 만나러
고향에 내려와 있는 터
모두 일터 나가고 날 남기고
형마저 나가면서
  “혹시 오늘
돼지가 새끼를 낳을지 모르니
집에서 기다리게! “

내 손에
그들의 안정과 미래가 있다
두려웠다
어린 시절 작은 경험은 있지만
두려움과 기대감에 압도(壓倒)되고

응달진 마루에 걸터앉아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어미돼지의 가느다란 신음소리 들려
준비한 가위와 가제 들고
새로운 탄생(誕生)의 현장으로 다가가니
이미 무녀리 머리만 보이고
어미는 힘든 기색 역력하다
첫째가 힘들게 어미 탯줄에 이어져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그리고 마지막 열한 번째까지
출생 신고(出生申告)를 마쳤다


어미와의 연결 고리를 끊고 이제
독립 투사되어 홀로 자라게 되리
인연(因緣)의 끈을 자르고 자르면서
나는 땀범벅이 되고…
새끼들 곧바로 어미젖에 매달리고
어미돼지는 대사(大事)를 마치고
2세들 모두 무사(無事)함에 안도되어
따스한 젖가슴 부끄럼도 모르고
새끼들에게 온전히 맡기고
숨결소리 낮아지고 눈은 감기고…

둘 다 기진맥진한 상태지만
마음속엔 꿈과 희망을 안고
모든 새 생명의 안정과 평화를 빌고
뱃속 있을 때 마음 그대로라면…
나보다 나은 그들이 되기를…

생명의 연결고리는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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