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번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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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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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번개시장

김한규 0 2309
아이스케키 막대기처럼 전봇대 하나 깊게 박힌 하늘
건실한 북어대가리를 앞세운 건어물상
10년은 족히 넘었을법한 고철 같은 양복 몇 벌을 걸어놓은 보세점
물간 동태 오징어 고등어 몇 마리에 파리까지 덤으로
진열된 어물전 앞으로 팔다 남은 작은 꽃봉우리들을 실은
노인의 수레바퀴가 지나가면 역전 옆 퍼런 비닐천막의
노점들도 장을 거둔다
없는 게 없지만 꼭 필요한 것들만 있는 역전 번개시장은
무엇이든 내다 걸면 좋은 물건이 되는데
어지간한 백화점 자반 한 손 값이면 양복 한 벌을
잘 차려 입을 수도 있으니 길 잃은 사람들의 고향이로다

역전 지붕 위로 저무는 황금노을이 일수를 찍는 생선장수
K씨의 피묻은 비닐앞치마를 벗겨가고 벌겋게 시린 눈으로
촉수 낮은 포장마차 천장에 잠시 시선을 묶어둔 사이
그 옆 마늘장수 그 곁에 수박장수 장씨 맥주그라스에
쐬주 반 병을 채워 타는 속을 잠재운다
한 줄 말이 없이..
2000원 짜리 냄비우동 한 그릇 안주하여
다시는 가지 못할 고향의 어머니 같은 젖줄을 빤다
후루룩 후루룩
새벽기차에서 내려 선 지친 눈(目)들이 줄줄이
냄비우동에 빠져 있기도 한 역전 번개시장 새벽어둠에도
어머니의 그 따신 손길 전율처럼 가을이 살며시 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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