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보다 훨씬 지쳐보이는 낙엽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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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보다 훨씬 지쳐보이는 낙엽 한 장

김한규 0 2154
초침소리가 어둠을 핥으며 느리게
화양리의 은어빛 새벽을 달리고 있다
스산한 바람이 폐부 속속들이 파고들어
육신은 사막의 입자가 되었다
한 때는 꽃이 되어보지 않고도
꽃이 전하는 말을 알아들었노라고 던지는 눈빛이
바람의 알갱이들이 속삭이는 언어를
이미 고체가 되어버린 망막으로 어이 읽을 수 있을까마는
어둠을 말아 올리던 가슴은
어느새 뜨거운 눈물로 흥건히 젖어있다
그러니, 정녕 바람의 언어를 모른다고
얇디얇아져 찢기고 기어이 해어져 흙이 되는
낙엽 한 장의 슬픔을 모를 리 없지 않겠나

사각사각
어둠의 짐승들이 나뭇잎들을 갉아먹고 있다
아침이면 단물을 빼앗긴 잎들이
핼쑥한 얼굴로 하얀 가을을 피워내려고 또 다시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게다
나이보다 훨씬 더 지쳐 보이는 낙엽 한 장이
바람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까닭을
가을은 교훈처럼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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