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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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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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오후

김한규 0 1967
입맛이 달아나
국화차 향기로 주린 속을 달랬다
끼니를 연거푸 걸렀더니
헛웃음이 공갈미소처럼 흘렀다
마침 책상 앞을 지나던 아이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아니"
"밖에서 다 봤어요"
"......"
다시 윤기없는 웃음을
호두알 같은 그 아이 눈동자에 실었더니
석류알 같은 이를 들어낼 듯 말 듯
피~
선웃음을 흘리며 나갔다
어쩌면 이 시장기는
그리움일런지도 모른다
하!
失笑가 잦아들었다
상실은 그리움의 동위원소였던가
그래
우리는 누구나
한 모금씩의 그리움을 머금고 있는 거다
허기진 도둑고양이 한 마리
창가에 머물던
오후의 햇살 한 줌을 훔쳐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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