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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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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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정윤칠 0 1718
호미

사강 정윤칠

밭고랑 언저리에 버려진 호미 한자루

우리가 언제부터 버렸는지...........

쟁기를 메달고 경운기가&nbsp;&nbsp;붉게 녹슬어 가고있다.

가난이 배부른 돼지를 키운다는데

오래지 않아 배부른 강아지로 바뀐지 어언 25년

배주림&nbsp;&nbsp;창자는&nbsp;&nbsp;고무줄에&nbsp;&nbsp;몸베바지로&nbsp;&nbsp;일을 시키었다.

배고픔이 주렁주렁 고추로 자라고 호미질은 잡초를 뽑아 올렸다.

열심히 일하여 잘살아 보자고 잘살아 보자고

죽을 힘 다바쳐 일했다.

검정 비닐을 씌운 땅에는&nbsp;&nbsp;햇빛이 들지 않는다.

농약에 찌든 농부는 살충제에 중독되어 시름시름 말라가고

몇몇의 농부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죽은 자의 비명을 수확하고

땀이 영글어 가면 태풍이 쓸어가고

죽은 놈에 버선짝에 호미는 그렇게 녹슬어 가고

부서진 장독대에&nbsp;&nbsp;감들이 떨어져 어지럽다.

가격폭락에 농부의 손은&nbsp;&nbsp;지쳐가고 울상이 되어버린

담배 한 개비의 서룸은 날아가 버린다.

버려진 농가는 폐가가 되고

거미는 줄치고 잡초는 우거진다.

잃어버린 숫자의 무덤 드리운 문패옆 번지수는 해번죽 웃고

쓴 웃음의 역한 막걸리 냄새가

당신의 주린 창자에 도끼질을 합니다.

살려 달라고

살려 달라고

주름진 폐허의 농촌이 어둑어둑 어둠에 함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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