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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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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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행2

김한규 0 1903
늦은 오후의 강둑길은
오래 전 사진 속 정지된 시간처럼 적막하다
바람도 잠들어
은빛 강은 잘 갈무리된 한 장의 수채화
거꾸로 선 나무는 누구를 기다리는지
긴 목을 강물에 박고도
어이 저리 숨결 고울 수 있는지


허무로 가득찬 강빛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 사이
아가씨 손톱같은 낮달이 산머리에 올라 앉았다
늦은 가을 저녁 강
그 침묵의 언어에 나무의자 하나를 권했다
그 때 강의 표정은 슬픔이었는지
아름다움이었는지
혹은 그리움이었는지


산허리를 감아도는 레미콘 차량 한 대가
회색어둠으로 사라지며 귀가를 종용했다
돌아서는 등 뒤로 이제 곧 강빛 가장자리부터
성근 별들이 뚝뚝 떨어지면
갈대숲도 강으로 더 가까이 다가앉으며
토닥토닥
지난밤 못 다한 이야기 다시 이어가겠지
쓸쓸함에 대하여
이별에 대하여
지난밤 구름과 바람의 위험한 사랑에 대하여


축복이다
野菊 향기에 취하다
강물 위를 밤새워 걷다
물안개 입자가 되다
한 방울 물이 되어 강과 한 몸으로 흐르다
분명 축복이다
22살엔 왜 이토록 사랑하지 못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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