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이 철 용


하늘은 재색
떨어지는 미련은 흰색
몸을 실은 내 마음은
옅은 회색이었다

오랜만에 눈이 온다는 소식에
일찍 눈 뜬 아침
벙어리장갑 낀 아이처럼
순수한 흰색 이고픈 내 마음

현실의 아픔을 도려내지 못하는
나만의 감상에 젖어
떨어지는 함박눈에 기대어
터진 미련이길 기도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눈이 오면 어린아이일 것이다
삶의 애처로움은 잠시 잊고
하늘이 주는 선물에 기댈 것이다

좁지만 넓은 곳
가깝지만 먼 곳
그곳에 서성이는 마음
누구나 그런 마음 하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