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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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일기장

이철용 0 2685
가슴 속 일기장


이 철 용


한 줄의 글로 위로 받을 수 있는데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는 그대에게
쓰는 편지는 떨고 있는 손만큼이나
망설임으로 가득합니다
한 마디 말로 이 가슴 진달래 필 텐데
한 마디 말조차 들을 수 없이
낡은 목발에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사소한 일들로 하루를 채웠습니다
내일은 곧 오늘로 다가오고 또 사라집니다
한 송이의 꽃을 온전히 피우고 지키는 것이
그대의 중심이라면
그 꽃이 되고픈 씨앗을 만드는 것이
나의 일상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열정도 쇠하지만
매일매일 적어나가는 가슴 속 일기장이
아직도 그대임을 느낍니다
푸름이 찬란한 지금도 거리는 쓸쓸합니다
비록 하얗다 해도 짙은 안개입니다
한 번의 미소로 지난 세월이 치유될 텐데
그냥 스쳐만 가는 그대는 바람입니까
바람은 잡을 수 없어 슬픔입니다
바람은 막는 것이어서 힘이 듭니다
차라리 그대는 내 몸을 감싸주는
따뜻한 봄비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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