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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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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청 0 1352
유언

죽은 자들로
저희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좇으라 하시니라 – 마 8:22 -

내가 죽으면
관속에 가두어
땅에 묻지 말고
불에 태우고 남는 재를
산과 바다에 나누어 뿌려라

아니 그럴 필요도 없다
내가 죽을 때가 되면
스스로 사람 사는 사회를 떠나리라
한 달 이상 가족 친지에게
나의 소식이 끊기면 그 때에
내가 죽은 줄 알라

번거롭게 드러나 보임이 싫고
장례 행사에 소요되는 여러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고 싶고
아낀 시간들을 세상 도처에
굶주리고 소외되고 핍박 받는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아주 작을지 모르는 그 만큼이나마

나중에 혹 나를 애도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 때마다 슬픈 마음 만큼 나의 유언대로 그 시간을
아주 작은 자투리 시간일지라도
나의 부탁을 떠올려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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