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

이 철 용


일상을 등지고
혼자 떠나는 여행
홀로 외로운 여행자는
가슴 한 쪽에 표를 붙이고
지그시 감은 눈은
여행의 시작이 된다

문명을 갈아 엎고
목적지 없는 여행만큼
행복한 여행이 또 있으랴
사는 일과는 반대로
살아온 길을 회상하며
이별을 정리하는 시간

잊으면서 잊혀지면서
흐르는 세월은 얼굴에 남아
거울 속 사진이 되고
기억하면서 기억되면서
흐르는 세월은 가슴에 남아
나와 누군가의 그리움이 된다

떠나면서 떠나가면서 말이 없음은
이별 후 흘릴 눈물을 남기기 위함이다
떠나면서 떠나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음은
모든 걸 그리워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독한 영혼의 이별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