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의미' 외 10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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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를 노래하는 시 모음> '당신의 의미' 외 10편의 시

정연복 1 2674
<나의 아내를 노래하는 시 모음>  '당신의 의미' 외 10편의 시

+ 당신의 의미

내 생의 호적(戶籍)은
오직 당신에게 있어

드넓은 우주 속
수많은 여자들 중에

당신을 만난 것은 
내게는 참 기막힌 은총

당신을 몰랐다면 아직도
내 마음은 부초(浮草)였을 터

내 곁에 당신 있어
하루하루 복에 겨운 것을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질

내 생의 단단한 뿌리여,
당신이여

+ 안개꽃 당신

햇살 밝은 베란다 창가에 앉아
당신을 생각합니다

한겨울 추위에 얼어붙은
온 누리의 구석구석
은은한 생명의 빛을 선사하는
저 눈부신 불덩이

언제였던가
가끔은 외로움으로 그늘졌던
나의 고독한 청춘에
당신의 존재가 햇살처럼 와 닿은 그때

안개꽃 같이 말없이 화사한
당신의 모습을 살며시 훔치며
나의 심장은 한순간 멎는 듯했지

그렇게 우리는 만나
마음과 마음을 잇대어
행복한 사랑의 불꽃을 피웠네 

장밋빛 불타는 사랑의 계절은 지나
어느새 우리의 사랑살이에도
세월의 그림자가 꽤 길게 드리웠지만 

오!
첫사랑 그 시절의
우리의 티없이 순수했던 사랑만은
영원히 변함없으리

+ 아내에게

이 세상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
만난 우리 둘

당신과 내가 사랑하여
부부의 인연을 맺은 지도 오래

처음에는 우리의 만남
아름다운 우연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우리의 만남
하늘이 맺어 준 필연이라고 느낍니다

내게 있는 모든 것
구름처럼 덧없이 사라진다고 해도

오직 당신의 존재 하나
내 곁을 떠나지 않기를!

당신을 사랑하는 이 마음
영원히 변함없기를!

+ 아내의 초승달 

아차산 야간등산
하산 길

아스라이 동녘 하늘에
초승달 하나

선녀의 눈썹인가
가늘고 길게 굽어진
저 숨막히게 예쁜 것.

늦은 귀가의 남편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든 아내

별빛 맑은 눈동자는
평화로이 감겨 있는데

바로 그 위에
초승달 두 개 떠 있네

만지면 사르르 부서질세라
새끼손가락 끝으로

조심조심 쓰다듬어 보는
한 쌍의 아미(蛾眉).

나는
행복에 겨운 나무꾼.

+ 아내의 발 

어젯밤 과음으로
목이 말라
새벽녘 잠 깨어 불을 켜니

연분홍 형광 불빛 아래
홑이불 사이로
삐죽 나온 아내의 발

내 큼지막한 손으로
한 뺨 조금 더 될까

상현달 같은
새끼발가락 발톱
반달 모습의
엄지발가락 발톱

앙증맞은 그 발로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느라
아내는 얼마나 고단했을까

군데군데 제법 굳은살이 박힌
235밀리 작은 발

그 총총 걸음마다
행운과 복이 깃들이기를....
 
+ 반달 

내 생이
그믐달인 듯 야위어
쓸쓸함이 여울지는 날에도

나의 반쪽, 
나의 영원한 사랑
반달 같은 당신 있어

허투루 눈물짓지 않으리
 
+ 꽃잎 

문득 아내가
참 예뻐 보일 때가 있다

친구랑 술잔을 기울이다
늦은 귀가의 밤

남편이 돌아온 줄도 모르고
이불도 내동댕이치고
이따금 코도 골며

세상 모르고 자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내가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사는 것은
나 때문인 것을

한때는 꽃잎처럼 곱던
얼굴에 잔주름이 피었어도 

예나 지금이나
내 눈에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다
 
+ 참 고마운 당신

당신과 함께 살아온
스물 몇 해

세월의 그림자
길게 드리운

우리의 지난 결혼생활
가만히 뒤돌아보니

당신은 말없이
늘 나의 잔잔한 배경이었네

인생의 중천(中天)을 훌쩍 넘고서도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는

나와 함께 살아오느라
어쩌면 남몰래 눈물지었을 당신

그런 당신이 곁에 있어
지금까지 나는

밤하늘의 총총 별들처럼
수많은 행복을 누렸지

그 행복으로 이제는
내가 당신의 배경이 되어 주리

참 고마운 당신!

+ 팔베개

우리가 만난 지
꿈결처럼 세월은 흘러

까맣던 우리 머리에
흰 서리 눈꽃으로 내리는데

이제 나는 네 영혼의
팔베개가 되고 싶다

너의 영혼이 고단할 때면
언제든 편안하게 다가와

베고 누워도 좋은
팔베개

네가 슬프거나
네가 외로울 때에도

말없이 찾아와
폭 안겨도 마냥 좋은 
팔베개

+ 지금처럼 영원히

우리의 사랑
지금처럼 영원히

꽃은 피고
꽃은 떨어져도

우리의 사랑
지금처럼 영원히

세월은 가고
우리가 흙이 되어서도

우리의 사랑
지금처럼 영원히

너는 하늘의 달님이 되고
나는 너의 하늘이 되어

우리의 사랑
지금처럼 영원히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1 Comments
김종철 2010.02.04 20:45  
카테고리 한곳에 이렇게 다양하게 여러개의 시를 올려도 되는 건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뭘 어찌해보자는 건 아니고요. 다만 제가 여기 온지 얼마되지 않아 이곳의 룰을 잘 몰라서요. 여하튼 좋은 글 잘 보았고 차차 감상하도록 할께요. 건안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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