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궤(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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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궤(櫃)

모호한 0 1529
처음엔 아주 조금만
그저 있다고만 할 만큼
마음을 달라 하더이다.

그래서 이만큼 주어도 괜찮으리
덤까지 잔뜩 얹어 주었더이다.

그다음날엔
어젠 너무 많이 받았노라고
자기 마음 조금 돌려주더이다.
그 마음에 다시 고물 얹듯
더 많은 마음을 주었나이다.

하루하루가 지나고
때론 그가 오지 않는 날에도
오늘만큼의 마음을 모아두고
쌓인 만큼의 마음을 한꺼번에
그에게 주었나이다.

마냥 기쁨이었던 건 아니지만
마냥 슬픈 마음만 준 것도 아니었기에
늘 노래하는 마음 아니었어도
늘 시름하는 마음도 아니었기에
마냥 기다려지더이다.

부질없다는게 무슨 뜻인지
아직은 알 수 없기에
내주어도 내주어도
내 마음의 궤(櫃)는
아직도 넉넉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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