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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을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 0 2585
<꽃잎을 노래하는 시 모음>       

+ 꽃잎

꽃잎처럼
스러질 목숨이라면

꽃잎처럼
살기로 하자

이 세상 무수히 많은
꽃잎들 중의

이름 없는 하나로
살기로 하자

나는 나의 꽃으로
너는 너의 꽃으로

세상의 어느 모퉁이
한 점 빛이 되기로 하자

이 짧은 목숨 마감하는
그 날까지

꽃잎처럼 순하게
살기로 하자


+ 꽃잎

꽃잎은 겨우
한 계절을 살면서도

세상에 죄 지은 일
하나 없는 양

언제 보아도
해맑게 웃는 얼굴이다

잠시 살다가
총총 사라지는

가난한 목숨의
저리도 환한 미소

마음 하나
텅 비워 살면

나의 생에도
꽃잎의 미소가 피려나


+ 꽃잎

햇살 밝은 낮이나
달빛 어스름한 밤에도

꽃잎은
늘 웃는 모습이다

찬이슬 내리고
비바람 몰아쳐도

꽃잎은 쉽사리
웃음 거두지 않는다

여린 속살을 파고드는
사람들의 모진 손길에도

다소곳이
환한 미소를 지을 뿐

꽃잎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 꽃잎

누가 꽃잎을
가볍다 말하는가

실바람에도 솜털처럼 날리는
꽃잎이지만

꽃잎의 보이지 않는 마음은
참 묵직하다

묵묵히 제 철을 기다렸다가
한철 한바탕 피었다가도

때가 되면
아무런 미련 두지 않고

오!
저렇게 사뿐히 떠날 줄 아는

저 꽃잎들의
의연한 모습을 보라


+ 꽃잎

꽃잎만큼만
살고 싶어라

솜털처럼 가벼운
나비의 애무에도

견디지 못해
온몸 뒤척이다가도

세찬 소낙비의
앙칼진 강탈에는

그 여린 몸뚱이로
꿋꿋이 버티어 내는

저 꽃잎처럼만
살고 싶어라

가볍게,
하지만 가끔은 무겁게


+ 꽃잎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하나
우습게 보지 말아라

사람의 목숨살이도
꽃잎 같은 것

들숨과 날숨의
얇은 경계선에서

세월의 가지에 꽃잎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영원의 한순간을 살다 가는
사람의 목숨이란

너나 할 것 없이
아! 얼마나 가난한 것인가


+ 봄날은 간다

꽃잎 바람에 나부끼며
봄날은 간다

님 향한 내 그리움은
끝이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득한 세월 너머

아, 나의 그리움에도
끝이 있으면 좋으련만

님 향한 내 그리움에는
종착역이 없다

지는 꽃잎에 님의 모습 아롱지며
봄날은 간다


+ 꽃잎

여든 여덟 해의
고단한 세월의 나래를 접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도
꽃잎 같은 잠을 주무시던 어머님

부디 한 말씀만 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소원했지만

어머님은 평소의 고운 모습으로
말씀을 대신하셨다

그 깊은 고요의
의미를 되새기며 어느새

어머님은 내 맘속에
한 잎 꽃잎이 되었다

눈을 감으면 송이송이 피어나는
사랑의 추억들

그 추억의 힘으로
어머님은 영원히 내 안에 살아 계시옵소서


+ 꽃잎, 지다 

어제는 잔뜩
찌푸린 날씨이더니

당신의 영혼
하늘로 돌아가는 길
환히 밝히려는가

오늘 햇살은
밝기도 하여라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애틋한 정(情)으로

지난 세월 우리 둘
참 좋은 길동무였는데

아,
당신은 한 잎 꽃잎으로 졌네

당신의 작은 빛이고자
지극 정성을 다하였건만

이제는 당신이
나의 빛 되어 주오

무너지는 나의 억장가슴속 
고운 빛으로 되살아오는

꽃잎이여
나의 사랑했던 사람이여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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