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홈 > 시 사랑 > 나도 시인
나도 시인


아직 등단하지 않았지만 시에 관심과 조예가 있는 분들의 자기 작품을 소개합니다.
등단시인은 시인약력에 본인 프로필을 등록하신 후 회원등급 조정을 요청하시면 <시인의 시>에 작품을 올릴 수 있습니다.

폐교

김노연 0 1472
깨어진 유리창 틈으로
먼지는 둥지를 찾아 날아 들고
지친 바람이 잠시 앉아 쉬어가는
서늘한 쓸쓸함의 고요한 수다가
맴도는 교실...

내 열세살
솜사탕처럼 뭉실뭉실 부풀던 꿈들이
지혜의 전등을 하나 둘 밝히던  학교

수줍은 사내아이가
계집아이의 책상속에 조심스레
초콜릿을 놓아 두고
빨간 얼굴로 더듬더듬 고백을 하던  학교

말많은 계집아이들의 유치한 재잘거림이
끊임없이 웅웅거리던 학교

이젠 굳게 닫힌 교문으로
횡한 바람만이 등교를 한다.
졸업사진속  촌스런 아이의 등뒤로
하얀색의 2층 건물은 꿈을 싣는
항해를 멈춰버렸다.

그래도 아주 가끔
바르라던 잔소리가 그리운 선생님이 보고프고
도시락 까먹던 말썽쟁이 동무들이 보고프면
기억의 주머니에서 꺼내어
열세살의 학교로 등교를 한다.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