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의 '울릉도'(鬱陵島)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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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울릉도'(鬱陵島) 외

정연복 0 3040
<울릉도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울릉도'(鬱陵島) 외

+ 울릉도(鬱陵島)

밝음을 지향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빛을 좇아 이렇듯 멀리 동으로 동으로
내달았을까.
밝음을 사랑하는 마음이 또
얼마나 애틋했으면
청정한 해류 따라 이렇듯 먼 대양에
이르렀을까.
그 순정한 사념(思念)
변함없이 받들기 위해서
뜻은 한가지로 높은 데 둘지니
너를 만나기 위함이라면
동해 거친 격랑에 몸을 맡겨
세상의 그 오욕칠정(五欲七情)을 모두 비워야 비로소
가능하구나.
신(神)이 이 지상에 떨어뜨린 한 알의 진주처럼
국토의 순결한 막냇누이여..
울릉도여.
(오세영·시인, 1942-)


+ 울릉도 찬가

원래 우산국이던 나라
신라 이사부가 정복
짚신땅 된 울릉도
게다 어찌 넘보랴
가 보라
그 눈부신 경치
볼수록 더 신비롭다

금수강산 우리 지붕
백두산 힘찬 줄기
동해 우뚝 솟은 섬
살기 좋은 울릉도
와 보라
손짓하는 갈매기
너울너울 춤춘다

거울 같은 바다 위에
어선 항상 성실하고
도동 선창 오징어회
싱싱한 맛 너무 좋다
사람들
웃는 얼굴엔
섬 인심이 꽃핀다

호박엿 이름난 섬
성인봉 올라보면
동해 훤히 안겨 오고
섬이 온통 기름지다
성스런
우리 울릉도
하늘 축복 넘친다
(오동춘·시인, 2003.6.4. 새벽 지음)


+ 울릉도를 생각하며

사시사철 눈부신 지구별 속에
늘 푸른 나라 우산국 있었네
세상의 모든 바다가 받쳐든
아름다운 왕국
슬기로운 군주와 충성스러운 신하와 부지런한 백성들
가뭄과 눈보라와 사나운 파도를 다스렸네
도동의 높은 언덕 위에서 온종일
크고 늠름한 제국의 깃발 펄럭였네

일본도 휘두르는 왜구의 무리들 물리치고
그들의 돛대 사정없이 부러뜨렸네
기를 찢어 바다 속에 던졌네
모든 국민들의 꿈과 용기와 힘이
나라의 이름으로 하나로 뭉쳤네

그들은
해와 별이 빛나는 하늘 바라보며
아무 두려움 없이 돛을 올렸네
작지만 강한 나라 우산국
평화와 은둔과 사랑의 나라
저 동해바다 수평선 위에
꽃처럼 향기로운 한 왕국이 있었네.
(정성수·시인, 1945-)


+ 울릉도

1964년 8월
바람 자는 날
바람 모르게 밤에만 떠나던
청룡호
380t
하지만 그놈의 기침소리 때문에
바람에 들키고부터는
90도 가까운 신경질 하나로 파도를 밀고 왔다
배는 왜 바다와 원수가 되는지
밤이니까 다 버리듯
육체 하나로 바닥에 누워 있으면
드럼통처럼 밤새 굴러갔다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
한 번 들어오면 꼼짝 못 하고 갇혀 있었다
그렇게라도 도동에 도착하면
마늘 장수와 호박엿 장수들이 골목을 메웠다
골목길마다 향내가 물씬 풍겼다
오징어 배는 해뜨기 전에 오징어를 내려놓고 술부터 시작했고
오징어는 시멘트 바닥에서 파닥이다 그날로 줄에 매달렸다.
(이생진·시인, 1929년 충남 서산 출생)


+ 울릉도

오징어 덕장에
말리는 오징어는 한 마리도 없고
먼지바람만 몰려다닌다

바닷가 모래톱에도
모래는 없고
물결에 쏠리는 자갈 소리만 요란하다

이 여름 가뭄이
언제나 끝날 것인가
골짜기의 실같은 물줄기라도 끌어와서
당귀 밭에 물 대는 소리

이 황폐한 오징어 덕장에
이윽고 밤이 온다 나는 그대로 앉아
막막한 바다를 바라본다

한 점 별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바다는 저 혼자
창세기의 소리만 내고 있다
(이동순·시인, 1950-)


+ 울릉도

그 얼마나 그리우면
망망대해 한 점 섬으로 태어날까

그리움에 아린 마음
바위마다 큰 구멍이 뚫리고

가슴팍 어느 한곳
멀쩡한 곳 없더라

그리움이 깊으면 향기가 되나보다

흙도 없는 가파른 바위틈에
신비로이 키 작은 향나무가 살고

날마다 그 섬은
그 향취(香臭)로 말끔히 목욕을 하고
은 갈매기, 흑 갈매기 띄워놓고
짙은 군청 빛 바다 위에 앉아
그린 님 기다리고 있더라
(허영미·시인)


+ 울릉동에서

뾰족한 산허리에 엉겨붙은
손바닥만한 마을 있었네

투명한 허공에서
남은 햇살 한 줌 뚝 떨어지면 
빛 바랜 깃발을 내리고
소리 없이 흔들리는 지평을
걷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바닷물을 매단 하늘 깊은 곳에
저녁 어스름 내리면
미처 건지지 못한 커다란 수묵화 한 폭
점점 깊이 빠져들고
그것을 건지려다 물에 빠진
달빛 한 조각
밤새도록 바다를 밝히는 곳

아침이 오면 
새 울음 풀어놓고
빛나는 언어를 풀어놓고
햇살 도열하는 바다를 향해
바다 폭 만한 투망을 던지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네 

소름 돋듯 돋아나는 그리움으로 숨차오르는
그렁그렁한 먼 눈빛을 바라보며
그 위태로움에 오늘도 안부를 묻는 사람들.
(진용숙·시인, 1968-)


+ 울릉도

목사자의 맹수들이 정복한 이사부의 땅
옛날 우산국이라고 부르던
울릉도의 도동항에 여름이 온다

푸른 물 넘실대는 물이랑에서
수심의 깊이를 재는
벌거벗은 울릉도 아이들이 달려온다

구릿빛 단단한 피부
불끈대는 근육의 힘
쭉쭉 뻗는 팔다리
그들 관능의 춤

동해물이 마르고 닳도록
저 아이들이 완강하게 지키는
태평양 넓은 가슴은 뛰논다

끝없는 수평선 위에
둥두렷이 한 점으로 떠 있는
우리들의 섬 울릉도

성난 파도 몰아오는
바다의 목소리가
내 며칠 밤의 열정을 식히고 난 도동항에
또 다른 여름을 불러 닻을 내린다
(최봉희·시인)


+ 저 눈부신 울릉도

누가 부르느냐
저 뜨거운 울릉도를 하나의 섬이라고
아니다, 저것은
새벽마다 파도 위로 떠오르는
눈부신 붙박이별
어느 날, 말없이 길을 떠난 선박같이
온밤 내 번쩍이면서 닻을 내리는
이 세상 최초의 고향
지구 속의 늘 푸른 우주다.
(정성수·시인, 1945-)


+ 아름다운 울릉도

동해의 푸른 물결 아름다운 울릉도
바라볼 수도 없는 육지 외로운 섬이지만
달빛 고운 도동항에는 구수한 오징어 냄새
유람선 따라 갈매기는 날아갈 수 있어 좋아
누구나 가고싶은 섬 그리운 울릉도

달빛마저 고요한 아름다운 울릉도
저 멀리 수평선에 어두움이 내리면
집어등 켠 오징어 배 밤을 샌다네
사동해변 산책길에 몽돌소리 차르르차르르
그리움마저 잠드는 고요한 울릉도
(목필균·시인)


+ 울릉도

경상북도 동해안
울렁울렁 뱃길 따라
지치어 가면,

바다 속에 바위섬
우뚝 솟은
울릉도.
성인봉 줄기에
5각형 형태 이룬
신기하고 아름다운 섬.

비도 많고 눈도 많고
기온도 높고,

오징어, 고등어, 정어리, 전복,
선물 꾸러미
울릉도 명물.
뱃길은 멀지만
기쁨은 가득,

등대를 바라보면
뱃고동 운다.
(김신철)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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