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빛 우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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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빛 우주병

박인섭 0 2236
보라빛 우주병

소년의 손에 이상한 병이  하나 있었어.
가까이에서 보니까
투명한 병 속은 보랏빛 우주가 있었어.
반짝이는 별도 있었고 황홀한 은하수의 오로라도 있었지
사람들은 그 조그만 병에 어떻게 그렇게 넓은
우주가 있는지 궁금 했지

그 병을 본 사람들은
그 병뚜껑을 열어 보자고 하는 거야.

소년은 그 때마다 안 된다고 단호히 거절했어.

그러던 언제부터인가. 한 소녀가 그 소년의
보랏빛 우주 병을 너무나 가지고 싶어서
매일 소년을 따라 다니기 시작했어

힘들고 외롭고 인정해 주지 않는 소년의 외면에도
굴하지 않고 소녀는 오직 우주 병을 꿈꾸며 참았어
시간이 그렇게 흘러 소년도 소녀의 노력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어.
소년은 소녀가 우주 병의 가치를 누구보다 더 잘 알 거라고 믿었어.
그래서 우주 병을 소녀에게 주었지

신이  난  소녀는 보랏빛 우주 병을 들고 여기 저기 자랑하고 다녔어.
어디를 가도 사람들은 우주 병을 가진 소녀를 너무나  좋아했고 또 부러워했어.
늘 소녀는 우주 병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누리고 다녔어

그런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소녀는 누구보다 가까이  자신의 우주병을
오래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젠 아무 기쁨도 되지 않게 되었어
그도 그럴 것이 이젠 그 우주 병이 자기 것이 되었으니까.

소녀는 욕심이 나기 시작했어. 물론 호기심으로 발생한 욕심이지만
그 우주 병 속에 우주를 한번 만져 보고 싶었던 거야.

참다 못한 소녀는 그 우주 병의 뚜껑을 열었어.
조그만 병 속의 우주는 연기처럼 피어나와 소녀의 눈 앞에서
정말 황홀한 우주의 장관을 이루었어.
큰 별이 눈앞에서 반짝이고 은하수를 휘감는 오로라의 신비가 손에 잡힐 듯 했어

정말 대단했어.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어.
한 10초 정도 되었을까?
그 우주는 사라지고 소녀의 손에는 그냥 평범한 병 하나만  남아 있었어.

한참 멍하니 쳐다보던 소녀의 눈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
자신에게 전부였고 자랑 이였던 그 우주 병이 한 순간의
자신의 욕심과 호기심으로 그저 평범한 빈 병이 되었기 때문에.

몇일이 지났을까?
사람들이 소녀의 집 앞에 웅성이기 시작했어.
소녀가 주검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야.
나중에 알게 된 건데. 그 우주 병은 독이든 독병 이였데
한 호흡만 마셔도 죽어 버리는 아주 치명적인 독
그게 보랏빛 우주 병 이였데
그리고 그 독은 금지된 사랑이란 독이였데

보기에는 그렇게 한 없이 아름답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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