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시
나의 서시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접혀
색 바랜 갈피,
문득, 내가 나에게 하고 싶던 말들,
나에게 쓰고 싶던 편지
쓰지 않던 어색한 단어들
말라 갈라진 풀잎처럼
잘 부르지 않던 노래
하찮아져 가던 날들에
부딪혀 어느 날의 번쩍임 같은..,
먹어보지 못해 머뭇대던
음식들의 낯선 향기,
가던 길 돌아서 하나씩 주워보는
미안한 수식어들로,
그러나 이제는 시간 없어
무책임하게 쓸 수밖에 없는,
내가 내 뒤에서 읽는 편지,
내가 나를
무인칭으로 부르는 노래
(...잠든 새 가슴에
몰래 쓰는 나의 늙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