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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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절

이종화 0 2091

순수의 시절


새 한 마리, 하늘 되고
물이 되어 날던 때가 언제던가

우리가 한 때 최고라고 부르던 것들,
이미 반쯤은 부패한 세상에도, 아직은
빛이라고 아우성치는 믿음들, 퇴락한
지붕에 흘러내린 마른 이끼에, 어시장
뒷 구석, 널 부러진 비린내에도
바람은 어둠의 날개가 된다

어리숙한 사랑과 싸늘하게
식어가는 순수의 그리움 속에,
허전한 달빛과 끝없는 갈망 속에
아직은 퇴색하지 않는 별빛들

이제는 욕망의 뱃전에
부딪혀 부서지는, 무지몽매한
거품이라 불리고, 삶이란
의미조차 새겨 보지 못한채
어리둥절한 젊은 무덤들,
그 앞에 뻔뻔히 숙이며
우아하게 내려앉는 너절한 날개들

그래도 그때는
날개가 아닌 가슴으로 날고,
어색한 눈물이 아닌
무엇을 태워서라도,불꽃 튀는
솔직함으로 용서를 구했건만

이제 새들은 안 보이고
푸석한 날개들만 나즈막하다
작지만 뜨겁고, 단단했던 심장들은
이미 별이 되어 멀리, 멀리
떠난지도 오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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