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목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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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목의 노래

정윤칠 0 1497
草木의 노래(산문시)

사강 정윤칠

우리가 살아온  날 만큼
더 살수있을까?
할일 없이 방황하는 멀쑥한 도시의 노인들....
그들은 미래를 먹어버려 이미 뭉그러진 도시의 자존심
밑바닥 공원 한켠 산 송장으로
상여의 요령소릴 듣는다.

우리가 살아온 날 만큼
앞으로도 아름답게 살수있을까?
만약 내가 죽게 된다면 몸구석 구석에 천공을 뚫어
미천한 생명을 연장하지 말라
이르고 싶다.
그건 내 마지막 소원이며 내 생명에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온 만큼
당신과 나 싸우지 않고 손잡고 저 세상 구경할수있을까?
너른 들판 초목들이 인사하는 향기는 매년 그윽하여라
덧없는 도시의 불쌍한 노인들은 알까?
부서지고 깨어진 젊음이 방황을 마치고
대 황하(大滉河)속에 합류하여 장관을 이루는
우리의 이마 한켠
사라지기 전 더 반짝이는 유성이 있음을 알까?

우리가 살아온 날 만큼
깨끗하고 고고하게 살수있다면 좋으련만
초라한 고사목으로 변해가는 육신의 탈바꿈은 있는데
마음은 항상 소년의 얼굴

우리가 살아온 날 만큼
크게 웃으며 살수있을까?
내일을 모르는 우리는 부단히 내일을 기다리며 준비하며
지나온 날을 추억하며
그렇게 아쉬운 동행의 끈을 놓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날 만큼
남에게 베풀고 살고 싶은데
내 주머니속 호두알은 영글어가며
욕심을 부린다.

부질없는 生의 노래가 멸균처리된
육신의 수술대에서 썩지 않는 소망으로
더 좋은 날의 기대와 살아온 날 만큼
앞으로 더 살고싶은 욕망이 이 순간 충돌했다.

이것이 부질없는  인간의 허울
그래도 허울속 낯선 미소는
왠지 초목의 향기로 살아온 날과 살수있는 날을
초목은 낯선 향기로 일러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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