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식물의 신비

홈 > 시 사랑 > 나도 시인
나도 시인


아직 등단하지 않았지만 시에 관심과 조예가 있는 분들의 자기 작품을 소개합니다.
등단시인은 시인약력에 본인 프로필을 등록하신 후 회원등급 조정을 요청하시면 <시인의 시>에 작품을 올릴 수 있습니다.

덩굴식물의 신비

좋은나라 0 1131
덩굴식물의 신비/손계 차영섭

의아했지, 오래전부터
여의도 철근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덩굴들,
하나같이 철근 기둥을 찾아 붙잡고 오르지
마치 등산객처럼,

산에 가다보면 머루나무 줄기가 키보다 더 높은
나무줄기를 붙잡고 평행봉 턱걸이를 하더라고?
철조망 울타리에 심은 오이나 호박이 덩굴손을
봉사 지팡이마냥 흔들며 지지대를 찾고 있더라고?
칡은 누구 하나 걸리지 않나, 모가지를 길게 뽑고
코브라 마냥 흔들고 있더라고?
담쟁이덩굴은 발바닥에 흡착 뿌리를 바르고
수직 등반을 하고 있더라고?
나팔꽃은 시계 반대방향으로만 휘어감아 오르더라고?
등나무는 둘이서 몸을 새끼줄 꼬듯이 휘어 감으며
시계 방향으로만 오르더라고?
포도나무에 버팀목을 옮겨놓으면 수 시간 내에
방향을 틀어 진로를 바꾼다?

눈은 있을 리 없고, 본 것처럼 어느 버팀목을 찾아
붙들고 오르는 걸 보면 신비 아닌가?
몸이나 팔을 흔들어서 걸리면 잡는 걸까?
달이나 별이 내비게이션처럼 방향을 알려주는 걸까?
바람이 그쪽으로 밀어주는 걸까?
자체 세포가 발달하여 느낌으로 찾는 걸까?
가지야 햇빛을 보고 뻗고, 뿌리야 중력의 방향으로 뻗는다지만
덩굴은, 아, 덩굴은 神의 몸짓이로다!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