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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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아들

정윤칠 0 2182
농부의 아들
모내기
2002.5.15
사강 정윤칠

(1)
고단하고 고단 하여라.

하늘이 농사를 돕고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농부는 참으로 고단하여라.

농사 짓는 땀방울 뼈마디가 녹아 내리고 산고로 알곡이 여물어 가는구나.

논바닥을 고르고 가래질로 논두렁을 손질하고 하늘 눈물받아&nbsp;&nbsp;땅의 생기
 
가두어라.

소의 수고로움 입어 쟁기질로 갈아업고 써레질로 논바닥을 가라 앉힌다.

해오라기 지렁이 물고 하늘로 간다.

개구리도 울고 거머리도 물너울 친다.

볍씨를 담구어 못자리하고 어르고 달래기 어린아이 업고 가는 정성이여라.

모를 찌고 날러 못줄 띄우고 허리가 굽도록 모내기 한다.

들밥이 소쿠리에 낮잠을 자고 농주가 조롱박에 노란 눈을 뜬다.

머슴밥이 소복히 퍼지면 한낮은 너무 짧구나.

(2)
지렁이도 깨어나 트름하는 입하를 지나 소만이 가깝구나.

삽살개도 한몫 거드는 농사철 굼벵이도 잠에서 깨었구나.

농부의 분주한 손길 촘촘히 들에 자식을 만든다.

펴지지 않는 허리에 아버지&nbsp;&nbsp;땀이 흥건히 지도를 그리고

세금고지서는 득달같이 날아들고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구나.

농부는 새벽의 기운을 받아 모내기 하려 부산하구나.

첨벙첨벙 물소리에 모들이 깨고 심은 모들이 발자국 소리를 듣고 숨을 쉬누나.

어이 이토록 이쁠고 한숨이 초록 물결타고 아버지 허리에 기대어

옆으로 눕는다.

곱다

논귀퉁이 우렁물고 달아나는&nbsp;&nbsp;백로의 발길이 더위를 녹여내

하늘로 간다.

(3)
멍울진 농부의 두꺼운 못박힌 손 땅을 집고 헤엄치고

자식을 토해낸다.

수문을 터 놓으면 물이 모들을 일켜 세우고

농부의 수고로움이 곡간에 웃음으로 서는 날

아우성 높이 만큼&nbsp;&nbsp;모가 자라 핍박의 쓸개를 씹는다.

눈 감으면

저 초록의 바다는 기쁨을 주는데

마디 마디 한숨이 녹아&nbsp;&nbsp;열매를 맺는데

세금고지서는 우체통에 꽂혀있네 몰래온 손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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