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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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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 0 955





어릴 적엔
가까운 미래엔 밥 대신 약을 먹으며 산다고 했다

다이어트약 소화제 두통약
감기약 혈압약 항생제
숙취해소제 피로해복제 탈모방지제
오메가3 글루코사민 홍삼정 블루베리정 ... ...

옛말엔 밥이 보약이라 했는데
어른 말은 틀린 게 없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식탁 구석엔 둥그런 약통이 몇몇 있었습니다
영어로 된 약통들이었습니다
언젠가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시며
복용법을 물으신 그 약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약을 안 먹으면 아프다 하셨습니다
수저를 뜨다말고 한숨을 쉬니
왜 그러냐고 물으십니다.
엄마나 나나 갈수록 사는 게 참 씁쓸하네, 라 말하고
말았습니다.
사는 게 참 씁쓸해서
약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숨에 불어넣고 말았습니다

이놈의 세상은
약 하는 듯 살아가야하나 봅니다



약 먹었네, 약 빨았네, 라는 표현은 함부로 못 쓸 것 같습니다


약 먹는 세상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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